'금리 인상' 직격탄 맞은 車시장
작년보다 1~2.2P% 상승
재고금융 이자 못 버텨 투매
신차 출고 지연에 부담 가중
#1. 매달 중고차를 200여대씩 판매하던 A사는 최근 부도가 났다. 중고차 매입에 쓰이는 캐피털사 재고금융 금리가 올라 비용 부담이 커진 데다 고금리로 소비자의 중고차 수요까지 줄면서다.
#2. B씨는 지난해 말 신차 계약 때 안내 받은 캐피털사 금리가 최근 1%포인트(P)가량 오른다는 설명을 들었다. 부품난으로 차량 출고가 지연되는 사이 연식 변경으로 가격이 상승했는데 금리 인상으로 이자도 늘어났다고 호소했다.
미국발 금리인상 여파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국내 신차·중고차 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이자 부담이 커져 사업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중고차 상사가 속출하고, 신차 구매자는 출고 지연에 추가 지출까지 생겼다며 불만을 쏟아낸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중고차 판매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재고금융 이자를 버티지 못해 부도를 내는 업체가 나오고 있다.
대부분 중고차 매매 상사는 캐피털사를 포함한 2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빌려 차량을 매입한 뒤 판매한다. 이자는 3개월 단위로 조정 받기에 매입 후 1~2개월 내 차량을 판매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중고차 금융 금리도 덩달아 올라 소비자가 구매를 꺼리면서 악순환이 시작됐다. 이자 부담이 커지자 보유한 중고차를 투매하는 곳도 나타났다. 채권자가 채권 회수에 들어가면서 낮은 가격에 경매로 중고차를 넘기는 경우도 있다. 중고차 거래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시세까지 하락하자 다른 업체에까지 여파가 확산됐다.
연합회 관계자는 “중고차 판매가 늦어지면 이자 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차량 가격도 떨어진다”며 “최근 채권 회수에 들어가는 2금융권이 나오자 중고차 업계에서 부도 기업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낮은 금리로 중고차 매입 자금을 빌려주기 위해 공제조합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나 지난 5월 발의된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답보 상태”라고 덧붙였다.
신차를 구매하려던 소비자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금리가 계약 당시 영업직원으로부터 안내받았던 수준보다 올라서다. 출고 지연으로 연식 변경이 이뤄지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반영된 데다 이자 부담까지 커진 것이다. 법적인 문제가 없어 소비자를 보호하기는 어렵다. 영업직원은 편의상 금리를 안내했을 뿐 캐피털사와 실제 할부 계약은 출고 시점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출고 지연이 단기간 해소될 가능성은 낮아 신차를 구매하는 소비자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제네시스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경우 길게는 출고까지 1년 이상 소요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재고금융 금리는 업체별로 차이가 있으나 전년 동월 대비 1%P 이상, 신차 할부 금리는 같은 기간 1.2~2.2%P 각각 상승했다”며 “조달금리가 작년 대비 300bp(3%)가량 올랐고 금리 인상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