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 동안 전 세계에 몰아친 코로나19 팬데믹은 디지털전환을 가속화하며 우리 일상을 크게 변화시켰다. 더 이상 우리의 삶은 '디지털 문명'을 제외하고 논할 수 없게 되었다. 설령 인류가 코로나19를 극복하고 그 이전 시기로 돌아가고 싶다 하더라도 코로나19로 말미암아 속도가 한층 더 붙은 디지털전환은 거스르기 어렵다. 변혁 시대를 맞아 많은 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 규칙을 설계하고 있다. 필자는 디지털전환에 기업의 생존 여부가 달린 상황에서 '4M 전략'을 제시한다.

◇디지털혁신을 위한 기업의 생존 전략 '4M'

제품(Product), 가격(Price), 유통채널(Place), 촉진(Promotion) 등 네 가지 요소를 조합한 '4P 전략'은 과거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이 모델은 공급자 관점이자 제조기업 관점에서 고안된 전략이었다. 그러나 최근 시장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됨에 따라 '4C 전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품이 고객에게 어떤 가치(Customer Value)가 있는지, 고객이 얼마나 비용(Cost)을 지불할지를 우선 고려하게 됐다. 유통 채널은 편리와 접근성(Convenience) 개념으로 변모했다. 광고나 프로모션 등에 일방적으로 노출되던 고객은 기업과의 양방향 소통(Communication)을 원한다.

디지털 혁신 시대를 눈앞에 둔 오늘 기업은 '4C 전략'에서 '4M 전략'으로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 '4M'은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얼라이언스 전략, 고도화된 멤버십(Membership) 전략, 현실과 가상을 연결하는 메타버스(Metaverse) 전략, 마케팅 트렌드를 이끄는 MZ세대(MZ Generation) 전략으로 구성돼 있다. 기업이 가까운 미래를 위해 한발 앞서갈 수 있는 중요한 공략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얼라이언스 전략'은 기존 M&A를 넘어선 새로운 개념이다. 기존 M&A가 단순히 몸집을 불리는 것이라면 새로운 시대의 협력 관계는 소규모 투자, 플랫폼 공유, 조인트 벤처 설립 등을 통해 동적인 네트워크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들이 만들어 낸 융·복합 제품, 집단 지성의 속도와 혁신, 유연성 등으로 산업 전체의 선순환 구조를 기대할 수 있다. '고도화된 멤버십 전략'은 더욱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의미한다. 오늘날 빅데이터,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을 바탕으로 진보한 기술은 방대한 개개인의 취향과 경험을 더욱 세밀하게 분석하고 정제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데이터를 이용한 맞춤 서비스로 고객의 소속감을 높이고 충성 고객 층을 두텁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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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혁신은 가상현실(VR)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메타버스'는 단순히 아날로그가 디지털로 대체되거나 가상과 현실의 연결이 아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융합으로 기업이 현실을 넘어 가상세계로 무한히 확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용자 경험을 중점에 둔 메타버스는 무한한 가상세계로 세상을 넓히는 변곡점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오늘날 기업이 가장 눈여겨볼 고객으로 'MZ세대'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시대든지 젊은 세대가 그 시대의 트렌드를 이끌었고, 변화를 주도했다. 그 가운데에서도 MZ세대는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나 디지털 기술을 모국어처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다. 이들은 또한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이민자(Digital Immigrants)도 이끌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슈퍼 컨슈머 MZ세대를 겨냥한 제품과 서비스 개발 및 마케팅 전략은 오늘날 기업이 고려해야 할 필수 요소다.

◇제품에서 고객 중심으로

이전부터 변혁 시대에 대비해 온 글로벌 기업들은 기술 혁명과 함께 새로운 비즈니스 규칙을 설계하고 있다. 미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1994년 작은 인터넷 서점으로 출발했지만 지난해 여름 '유통 제왕' 월마트를 제쳤다. 간편 결제 시스템 '원클릭', AI 비서 '알렉사', 딥러닝 카메라 등 최첨단 디지털 기술이 그들을 든든하게 지원했다.

그러나 혁신 물결 속에서도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아마존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는 앞으로 10년 안에 '무엇이 바뀔 것인가'보다 '무엇이 변하지 않을 것인가'에 집중했다. 아마존의 혁신은 단순한 기술 발전에 있지 않았다. 변하지 않는 '고객 중심적 가치'에 집중하면서 비즈니스 구조를 체계화했고, 이 모든 것을 데이터화해서 전자상거래와 고객 경험 및 소비자 참여 규칙을 재창조했다. 이는 단순 유통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제조업, 금융업, 의료계 등 모든 산업군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오늘날 어느 산업이든 기업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유통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고객 중심 사고를 갖추지 않으면 기업의 존망을 장담할 수 없다.

소비자는 단순 제품을 넘어 지속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에 비용을 치르려 한다. 이제는 제조 중심 기업도 단순 제품 제공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과 접점을 직접 만드는 고객 중심 서비스 제공으로 경제적 존속성을 추구해야 한다. 테슬라의 '커넥티드카'로 대변되는 미래 자동차 산업이 자동차를 단순한 물리적 물체가 아니라 디지털화한 개인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비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플랫폼으로 바라보는 것과 같이 맥락이다. 본질을 지키되 전통적인 사업 방식을 철저히 혁신하고 신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과감히 수용해서 기업 체질을 디지털화하는 것, 이것이 오늘날 기업이 갖춰야 할 생존 전략이다.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이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기업은 더욱 복잡하고 역동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로 두리번거리기보다는 앞으로의 변화를 내다보고 기업의 생존 전략을 돌이켜 볼 때다. 기존의 성장 전략 위에 끊임없이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활용하면서 합리적인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 그 가운데 디지털 혁신이 요구된다면 '4M'을 중심으로 '백년기업'의 기틀을 다져 보자.

이경배 섹타나인 대표 kb.lee@spc.co.kr

◆이경배 대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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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박사와 정보처리기술사 자격을 보유한 양손잡이형 전문경영인이다. 삼성그룹의 최고상으로 평가되는 '삼성그룹 기술상'을 받았으며, 삼성전자 전략기획실에서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한 관리 역량을 체득했다. 삼성SDS 재직 시 대형 프로젝트 추진이나 리스크 프로젝트의 해결사 역할을 도맡았다. 미국과 중동 주재 경험으로 글로벌 경험도 갖췄다.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 시절 DT체험관 및 전 임직원 AI, 빅데이터, 앱 코딩 교육을 통해 디지털화를 선도했다. 현재 SPC그룹의 IT 회사인 섹타나인 대표로서 해피포인트 플랫폼 사업과 스마트스토어 스마트팩토리 등 신기술을 적용한 디지털전환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