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잦은 정부 회동에…한국은행 독립성 흔들

추경호 경제부총리에 주도권
암심전환 대출 1200억 출자 등
"정부 기조 끌려다녀" 비판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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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에서 중앙은행 독립성 문제가 대두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취임 직후부터 기획재정부 등 정부와 잦은 소통을 하면서 한은이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보조 기관으로 평가절하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은 안팎에선 이 총재가 소통을 강조하는 것은 좋지만 정부 기조에 너무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의 회동이 자칫 정부가 물가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한은을 압박하는 듯한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의 '경제 원팀'에 한은이 묶여 있는 것도 우려스러운데 주도권을 추 부총리가 쥐고 있다는 데 더 큰 불만이 나온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거시경제금융회의 모습도 회자된다. 추 부총리가 정책 관련 얘기를 하면 이 총재 등 나머지 참석자들이 수긍하는 식으로 회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재부가 추진하는 안심전환대출에 한은이 출자하기로 한 것도 논란이다. 한은은 주택금융공사에 올해 1200억원을 출자하고, 내년에도 정부와 함께 4000억원 규모를 출자하기로 계획하고 있다.

안심전환대출은 주택금융공사가 판매하는 저금리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인데 대출 재원을 마련해주기 위해 한은이 출자할 수 있지만 이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일요일이었던 지난달 24일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추 부총리가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한은도 올해 1200억원을 출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문제는 출자 계획을 발표할 당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의결을 거치지 않은 상태였다는 점이다. 한은은 나흘 후인 지난달 28일이 돼서야 금통위 회의를 열어 1200억원 출자를 위한 한은 추가경정예산을 의결했다.

한은 관계자는 “발권력 자체를 신중하게 행사해야 하는데 정부 안심전환대출을 지원하기 위해서 금통위 회의를 열기 전부터 먼저 출자 계획을 밝히는 등 과거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지금까지 주금공에 3번에 걸쳐 출자한 바 있다.

이주열 전 총재 등 이전 총재들은 정부 요청에 응하더라도 “발권력 남용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총재는 취임 전부터 중앙은행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 왔다. 지난 4월 취임사를 통해서도 그는 “정부와의 소통에 대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 “시대적 과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정부, 시장과 또 민간기관과 건설적 대화가 반드시 필요한 때”라며 독립성에 관한 의견을 밝혔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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