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장비 '빅5' 韓인력 확보 총력전

올해 채용 규모 1000여명 추산
R&D센터 구축 신규 투자 확대
기술 개발자·엔지니어 등 공고
국내 업체 '구인난 심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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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반도체 장비 매출 상위 5개사가 올해 국내에서 1000명에 육박하는 인력을 채용한다. 상반기 공개 채용에 이어 하반기도 수시 또는 추가 채용에 나서는 등 인력 확보 총력전을 펼친다.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설비 투자와 글로벌 장비사의 국내 연구개발(R&D) 운영에 따른 인력 수요가 확대된 영향이다.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지만 가뜩이나 인력 부족에 허덕이는 국내 장비사의 구인난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코리아, ASML코리아, 도쿄일렉트론코리아(TEL코리아), 램리서치코리아, KLA텐코코리아(KLA코리아) 등 글로벌 반도체 5대 장비사 모두 엔지니어를 포함한 인력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수시 채용으로 필요한 인력을 바로 뽑겠다는 전략이다. 어플라이드코리아는 이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안전 엔지니어, 보건 관리자 등 직군 채용 공고를 냈다. 올해 많게는 300여명 수준의 인력을 채용한다. 5대 장비사 가운데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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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개관한 경기 용인시 지곡산업단지 내 램리서치 코리아테크놀로지센터 전경

ASML코리아는 성숙공정장비 엔지니어, 극자외선(EUV) 기술 개발자, 노광 공정 재료 관리자 등 최근 1개월 사이에 채용 공고를 낸 직군만 10개가 넘는다. 지난해 엔지니어 200여명을 추가 확보한 ASML코리아는 올해 채용 규모도 지난해와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TEL코리아와 램리서치코리아도 올해 채용 규모가 세 자릿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TEL코리아는 추가 채용뿐만 아니라 채용 연계형 인턴까지 활용, 인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4월 경기 용인시에 R&D센터를 신축 가동한 램리서치코리아도 R&D와 엔지니어 중심으로 인력을 채용한다. KLA코리아가 목표로 잡은 올해 인력 채용 규모는 100여명이다. KLA코리아는 지난 3년 동안 꾸준히 100명 안팎의 인력을 채용, 조직 규모를 2배로 키웠다. 5개사가 모두 100~300명씩 뽑을 계획인 만큼 올해 총 채용 규모는 1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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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채용은 고객사 설비 투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핵심 고객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평택과 용인을 중심으로 반도체 팹 증설에 나서면서 신규 장비 주문이 몰리고 있다. 기존 장비에 대한 유지 보수 수요도 꾸준하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사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이 급격히 성장해 지난해 이어 올해도 많은 인력이 필요해졌다”면서 “장비사 간 이직 사례도 잦아 인력 확보에 혈안이 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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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리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 대표(가운데),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 김동연 경기도지사(왼쪽)가 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어플라이드 국내 R&D 센터 설립을 위한 투자협약 체결후 기념촬영했다.

글로벌 장비사 다수가 R&D센터 등 신규 투자를 앞두고 있어 인력 확보가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ASML코리아는 엔지니어트레이닝센터와 재제조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2025년 가동이 목표다. ASML은 한국지사 임직원을 현재 1400여명에서 2030년까지 4000명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TEL코리아도 R&D 인프라 확대를 위해 10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어플라이드코리아는 최근 경기도에 R&D센터를 건립하기로 최근 결정하고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급망 등을 고려, 글로벌 장비사의 현지(국내) 기술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R&D 거점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장비사의 인력 확대는 국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 그러나 인력난을 겪고 있는 국내 반도체 장비사엔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도체 장비 인력이 태부족 상황에서 글로벌 장비사가 인력을 대거 흡수하면 그만큼 국내 장비사 지원자가 줄기 때문이다. 국내 장비사 관계자는 “신규 채용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재직하고 있는 임직원도 글로벌 장비사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면서 “국내 장비업계 인력 채용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