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요 대학이 하반기부터 반도체학과 전임교원(교수) 확보를 위한 인재영입전에 돌입할 전망이다. 비수도권 지방대는 신입생 모집, 교수 확보로 이중고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교육부가 반도체 등 첨단학과의 경우 학과 신증설시 교사, 교지 등 4대 요건 중에 '교원확보율'만 충족하면 정원 증원을 허용하기로 발표했다.
반도체 등 첨단학과를 이미 신설하거나 신설을 준비하는 수도권 대학은 이러한 규제 개선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며 하반기부터 우수 교수 스카우트(영입)'에 들어간다. 이들 대학은 이르면 하반기, 늦어도 내년 초까지 학과 신설계획을 마련하고 교육부 승인을 받아 2024학년도에는 반도체학과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서울과기대의 경우 올해 지능형반도체공학과를 신설하고 신입생 30명을 선발했다. 기존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로 편입학이나 결손 인원을 통해 학과를 한정적으로 신설했는데 추가 교원 확보를 통한 정원 증원에 길이 열린 셈이다.
김사라은경 서울과기대 지능형반도체 교수는 “50~60명 정도가 학과 운영에 바람직한 규모”라며 “현재 전임교원 6명(100%)인데 10~12명까지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교지 등 기준요건을 못 맞춰 첨단학과 신설이 어려웠던 일부 수도권 대학은 교원 확보 전략 마련이 시급해졌다. 반도체학과 전임교원을 찾기가 어려운 가운데, 전자, 화학, 물리, 소재 등 관련학과 전반에 전임교원 확보 계획을 내비쳤다.
서울 소재 사립대 기획처장은 “반도체 등 첨단학과는 전임교원을 영입하기도 힘들고, 시설투자가 같이 가야 하는데 지속 지원이 없으면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계약학과 등 산업계 협조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는 정원 70명에 13명 전임교원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약 15년간 계약학과 체제로 운영되며 대학과 기업의 전폭적 지원을 받은 결과다.
비수도권대학은 신입생 모집 및 전임교원 확보까지 이중고가 심화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수도권대학에서 반도체학과 우수 교수 스카우트에 나서면 도미노처럼 지방대 교수부터 자리 이동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지방 사립대 교원 인건비 및 처우 문제를 지적했다. 한 대학 총장은 “반도체 대기업 신입사원 초봉이 8000만원에 육박하는데 비수도권 국립대 조교수 초봉이 5000만원 이하”라며 “국립대보다 사정이 더욱 열악한 지방 사립대는 재정 문제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신입생 유인책으로 장학금 지급 등을 내놓을 수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교수 관련 인건비 지원은 추가 입법 등 제도적 지원 장치를 요구한다. 산업계 지원도 필요하다.
홍원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경북대 총장)은 “교육정책은 미래를 미리 내다보고 준비해야 한다”며 “이번 정책은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정부가 앞장서 산업, 대학이 서로 협력하는 정책으로 완성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