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전 총리 “독일 정치 대화·타협 배워야… 개헌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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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13일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열린 동북아공동체ICT포럼 조찬간담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우리나라 정치의 문제로 대화와 타협 부족을 꼽았다. 김 전 총리는 한국 정치의 롤모델로 독일을 제시한 뒤 제왕적 대통령제를 극복하기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총리는 1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열린 동북아공동체ICT포럼 조찬간담회에서 “독일은 2차 대전 당시 나치 정권의 만행을 일으킨 전범 국가였다. 이 때문에 국토도 분단됐다”며 “하지만 독일은 참혹한 역사의 비극을 극복했다. 독일의 정치를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독일의 정치 제도가 민주주의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전 총리는 “독일은 절반이 비례대표”라며 “의석 배분을 정당투표 비율에 따라 배분한다. 결국 한 정당이 과반을 달성하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 전 총리는 독일 정치에 대화·타협이 자리 잡은 이유로 연정을 꼽았다. 김 전 총리는 “과반을 달성해야 집권을 할 수 있기에 자연스레 연립 정부가 구성된다. 총리와 장관 등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대화와 타협을 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또 “정부를 같이 구성하려면 선거 공약을 하나로 합치는 협상도 하게 된다. 독일은 대화와 타협을 바탕으로 한 연정을 통해 안정된 의석을 확보한 뒤 협상한 내용에 따라 국정을 운영하는 시스템”이라며 “늘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가는 정치 풍토가 조성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 전 총리는 독일 역대 총리의 리더십도 강조했다. 김 전 총리는 “쿠르트 키징거 총리는 우파와 좌파의 대연정을 이뤄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나치에 부역했던 키징거와 나치에 저항했던 빌리 브란트가 함께 정권을 구성한 대연정이 일어났다. 키징거 총리의 별명은 걸어 다니는 중재위원회였다”며 대화·타협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또 “이후 소연정을 통해 총리가 된 빌리 브란트는 냉전을 풀고 동구권 국가와 교류·협력하는 소위 포용정책을 펼쳤다. 당시 2차 세계대전 이후 폴란드로 넘어간 땅을 포기하겠다는 말과 함께 독일 국민들의 반대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역대 독일 총리의 덕목으로 희생정신을 꼽기도 했다. 김 전 총리는 “독일의 총리들은 자기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국민들을 이끌었다. 총리직에서 쫓겨나고 선거에서 실패해도 자기희생을 기꺼이 했다. 그래서 오늘날의 독일이 있을 수 있었다”고 했다.

김 전 총리는 현재 한국 정치에 대화와 타협이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사실상 한국 정치가 양당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총리는 “한국 정치는 대립과 갈등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우리도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정치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치가 갈등으로 치닫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제도를 꼽았다. 김 전 총리는 “통합을 위해 애쓰는 훌륭한 대통령이 나오면 현재의 대통령제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제도가 이렇게 마련된 이상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탕으로 한 권력 집중과 권력 독점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는 유보했다. 김 전 총리는 “(윤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평가하기엔 다소 이른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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