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기업 관련 규제와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만, 추가 해소할 규제와 남은 과제도 분명하다. 대표적인 것이 복수의결권(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이다. 벤처와 스타트업의 오랜 숙원이자, 중소기업계도 도입을 원하는 제도다.

복수의결권이란 창업주의 주식 1주당 의결권을 복수로 허용하는 제도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법안에는 최대 10주까지 허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창업주에게 차등적인 의결권을 부여함으로써 투자유치 이후에도 안정적인 경영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이 제도는 해외에서도 도입 여부가 엇갈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에서는 복수의결권을 도입한 국가가 17개다. 이는 해외에서도 찬반이 있음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복수의결권을 도입한 국가의 기업 생태계가 상태다. 미국, 중국, 영국, 인도, 홍콩, 싱가포르 등 벤처와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유니콘 기업을 많이 배출한 국가는 대부분 복수의결권을 도입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점이 크다.

특히 최근 세계적으로 벤처 투자 시장에 냉각기가 오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복수의결권 도입으로 국내 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쿠팡의 나스닥 상장 과정에서 복수의결권 문제가 두드러졌다. 쿠팡이 국내 증시가 아닌 미국을 선택한 것은 시장 규모도 있지만, 복수의결권 제도도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당시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보유 주식 1주당 29배의 의결권을 부여받았다. 이를 통해 상장 이후에도 적대적 인수합병(M&A) 우려 없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된 법안은 지난 1월 정무위원회 의원 및 일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반대로 전체회의에 상정 조차 못했다. 이후 추가 논의는 없었다. 문제는 복수의결권 도입은 이전 정부의 공약이었고, 더불어민주당도 총선 공약으로 도입을 약속했던 제도라는 점이다.

벤처와 스타트업계는 이번 정부와 새로 구성될 국회에 다시 기대를 걸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복수의결권 도입을 공약으로 약속했고, 지난 6월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할 때 제도 도입 방침을 재확인했다.

관건은 국회 정상화다. 국회가 하반기 원구성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벤처기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국회에서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서 맡는 것으로 알려져 복수의결권 논의 재개에 기대를 걸고 있다”면서 “일부에서 우려가 있다고 하지만,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으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을 극대화하고 부작용은 최소화할 보완 장치를 함께 입법화하면 된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