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전쟁 수행 주체, 전장 범위, 전투 방식 등에서 이전과 확연히 구분되는 다차원적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당장 신무기 전술적 운용을 둘러싼 미래전 징후가 포착된다. 양측은 상대의 전투 의지를 꺾고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새로운 무기체계를 동원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전술 경험이 부족하거나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신무기 효능을 검증하는 실전 무대가 됐다. 나아가 '무인화' '기동화' '네트워크화' 관점에서 전장의 거시적 진화 방향을 보여주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20세기 지상전 가장 핵심 무기였던 탱크가 효용 가치에 근본적 의심을 받고 있다. 특히 탱크는 '공격형무인항공기(UCAV)'에 무력화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화력에서 러시아에 압도적으로 열세에 있는 우크라이나는 현재 터키, 나토(NATO)에서 도입한 드론을 적극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공 전 터키에서 '바이락타르(Bayraktar) TB2' 드론을 수입했고 분리주의 반군과 격전을 치르던 돈바스 지역에서 운용해왔다. 군사전문가들은 미래의 드론이 '탱크 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는 이러한 전망이 정확했음을 재확인해주는 계기가 됐다.
미국이 지원한 일회용 드론인 스위치블레이드 또한 주목 대상이다. 스위치블레이드는 카메라 유도 시스템을 갖추고 목표물을 향해 자폭하는 대표적 일회용 드론이다. 순항미사일과 달리 발사 시점에 공격목표가 명확할 필요가 없으며 스스로 배회하며 목표물을 찾을 수 있다. 당초 드론은 미국의 군사 물자 및 기술지원 패키지에 없었으나 목록 초안을 검토한 우크라이나 요청에 따라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치블레이드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스위치블레이드 300'과 차량 등을 공격하는 '스위치블레이드 600' 두 종류가 있다. 스위치블레이드 300은 길이가 60㎝, 무게는 2.5㎏ 정도로 크기가 작다. 배낭에 넣어 다닐 수 있다. 비행시간은 최대 15분, 반경 10㎞까지 날 수 있다. 스위치블레이드 600은 40분 이상, 반경 32㎞까지 작동 가능하다. 무게는 22㎏ 정도다.
사실 무인항공기는 4차 산업혁명 핵심 요소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었다. 우리 정부 역시 각종 무인항공기 등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전개 중이었으며 이 과정에서 러시아의 무인항공기 산업은 최근 급속히 성장 중이라는 사실에 주목한 바 있다. 항공기 부품 공동 생산 분야에서 해외 협력 파트너를 적극 물색하며 러시아를 전략적 파트너로 고려한 바 있다. 러시아의 항공산업과 무인항공기산업 동향과 대외협력 전략을 고려할 때 러시아와의 협력은 항공산업은 물론 우리나라 무인항공기 산업을 육성할 기회라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이러한 전략적 접근은 크게 수정을 요하게 된 상황이다. 남북한의 대치 상황에서 전술적 드론의 가치가 여타 나라보다 더욱 중요한 상황에서 우리가 러시아를 대체할 새로운 파트너로 어느 나라를 주목하게 될지 주목된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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