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국가표준 첨단기술 분야에서 '외국자본' 배제 조치를 확대하고 있다. 모든 기업에 핵심 부품을 포함한 제품을 중국에서 설계하고 제조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중국 국가표준화관리위원회와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 지난 4월 복합기, 프린터 등 사무기기 대상 국가표준을 개정하기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안에 관련 의견을 모집해 내년부터 본격 실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중국 당국의 검토 초안에는 반도체, 레이저 등 관련 핵심부품을 중국 내에서 설계·개발·생산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동안 중국은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정보 유출 방지 등 기술보안에 무게를 뒀다. 이번 개선안은 중국에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공급망 구축이 특징이다.
통신, 정보서비스, 에너지, 교통, 금융 등 중요 인프라 기업은 국가표준에 적합한 제품만 구매해야 한다. 현재 중국 복합기 시장은 연 90만~100만대 규모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정부 조달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수준이다. 중국 내에 공급망을 마련하지 않는 기업은 국가표준을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닛케이는 글로벌 복합기 시장을 주도하는 일본 기업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시진핑 지도부는 지난 2018년 기술표준 장기전략 '중국표준 2035' 수립에 나섰다. 첨단기술 분야에 국가표준을 사용해서 자국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닛케이는 이번 표준 개정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하고, 특히 중국 정부가 첨단기술 제품에서 해외기업 배제 조치를 확대함으로써 주요 기업이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 내 설계·개발·생산' 조항이 핵심 기술 이전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앞으로 각 기업이 중국에서 거대 시장 개척과 자국 경제안보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중대 기로에 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 당국의 이 같은 외자 배제 움직임이 향후 PC, 서버, 의료기기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