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나노 GAA 시대]핀펫 시대 종언…트랜지스터 패러다임 바꿨다

삼성전자, 수년간 GAA 기술 독자 연구
반도체 트랜지스터 구조 대전환 성공
모바일·AI 등 차세대 반도체 제조 가능
파운드리 최선단 공정 신규고객 확대

삼성전자가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양산에 돌입하면서 반도체 트랜지스터 구조 대전환에 성공했다. 기존 트랜지스터 상용화가 이뤄진지 10년 만의 일이다. 이번 양산이 '4나노미터→3나노미터'로 회로 선폭이 줄어든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배경이다. 반도체 칩에 수십억개가 집적된 트랜지스터 구조의 차세대 기술을 삼성전자가 선점하고 새로운 시장 개척의 주도권을 확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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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지스터 구조 '핀펫 10년 천하'

전류와 전압의 증폭, 전기 신호의 켜짐과 꺼짐(스위치) 등 역할을 하는 트랜지스터는 반도체 칩 핵심 구성 요소다. 2년마다 반도체 트랜지스터 집적도가 2배 증가한다는 경험칙인 '무어의 법칙'에 따라 오늘날 반도체 칩 안에는 수십억개의 트랜지스터가 담겨있다.

트랜지스터 구조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은 모스펫(MOSFET)이다. 금속(M) 전극, 산화물(O) 절연막, 반도체(S) 채널로 구성된다. 이 구성 요소로 소스와 드레인 양단 사이에 전류가 흐르는 채널, 이 전류 흐름을 제어하는 게이트를 만든다. 게이트에 전압을 걸어 전류를 증폭시키거나 스위치 역할을 해 이진법 데이터를 생성하는 것이 반도체 원리다. 흔히 '3나노미터 공정'의 3나노미터는 소스와 드레인 간 실제 유효 채널 길이를 뜻한다.

초기 모스펫은 게이트와 채널이 평면으로 맞닿는 구조였다. 평면을 뜻하는 '플레이너(Planar)'다. 반도체 집적도가 향상되면서 트랜지스터는 보다 작아졌다. 트랜지스터 축소에 따라 채널 길이도 짧아졌는데 이 때문에 '단채널' 효과가 발생했다. 게이트가 제대로 전류를 제어할 수 없어 누설 전류가 증가하는 현상이다. 반도체를 작동하는데 필요한 전력이 더 많이 필요해져 효율성이 떨어진다. 잘못 운용된 전류로 반도체 오작동도 발생할 수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 반드시 해결해야할 치명적 위험요소다.

플레이너 구조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핀펫 구조'를 처음 상용화한 것이 인텔이다. 인텔은 2011년 지느러미를 뜻하는 '핀(Fin)' 형태로 채널을 구성했다. 게이트와 채널 접합면이 하나였던 플레이너와 달리 핀펫은 접합면이 3개다. 채널이 짧아져 생기는 단채널 현상을 해결, 반도체 동작 전압을 낮추는데 성공했다. 게이트와 채널 접합면도 늘려 반도체 성능 향상의 물꼬를 텄다. 당시 인텔이 상용화한 핀펫은 22나노 공정이었다. 이후 10나노 공정 시대가 올 때까지 인텔이 반도체 패권을 쥔 것은 핀펫 기술을 선점한 것이 주효했다.

◇핀펫도 한계 봉착…3나노 이하 공정은 GAA가 연다

삼성전자는 인텔보다 1년 늦은 2012년, 14나노 공정부터 핀펫을 적용했다. 그러나 반도체 초미세화로 핀펫 구조도 벽에 가로막혔다. 트랜지스터가 더욱 작아지면서 소스와 드레인 간 거리가 다시 짧아졌기 때문이다. 단채널 효과 문제가 부활한 것이다. 특히 4나노 공정 이하에서는 핀펫 구조 한계가 명백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3나노 공정부터는 유효 채널 길이가 너무 짧아져 핀펫 구조로는 게이트가 제대로 성능을 내기 어렵다”면서 “동작 전압을 낮추는데도 한계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트랜지스터 동작 전압을 낮출 수 있는 새로운 트랜지스터 구조가 필요해졌다. 바로 GAA 구조다.

GAA는 게이트가 채널을 둘러싸는 형태다. 게이트와 채널 접합면은 4개다. 게이트가 채널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은 한층 커지고 단채널 현상도 개선할 수 있다. 트랜지스터 동작 전압 역시 낮출 수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2010년대 중반부터 GAA 필요성을 예고했다.

2015년 김기남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당시 반도체 총괄 사장)은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에서 “14나노, 10나노, 7나노까지 핀펫이 계속 쓰일 것”이라며 “그러나 7나노 밑으로는 GAA 등 트랜지스터 구조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독자적인 GAA 기술인 'MBCFET'은 2017년 명명됐다. 사실상 삼성전자가 수년간 GAA 시대를 대비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이번 3나노 GAA 양산에 성공하면서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 기술을 주도하게 됐다. 2011년 당시 인텔과 견줄 만하다. 트랜지스터 구조의 패러다임 변화는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도 만만치 않다. 모바일과 모빌리티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분야에서 3나노 GAA 공정을 이용, 차세대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삼성전자는 현재 자사 파운드리 최선단 공정을 이용하는 고객인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 퀄컴, 테슬라, 구글, 메타 외 신규 고객사를 확보할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

특히 3나노 GAA 공정 문이 열리면서 성능을 극대화할 차세대 AI 반도체 시장이 개막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 반도체 시장 주역으로 손꼽히는 AI 반도체는 첨단 공정으로 제조된다.

◇트랜지스터도 최초, 회로 선폭도 최초…수율 확보가 관건

삼성전자는 회로 선폭 미세화도 세계 최초 3나노를, 트랜지스터 구조도 처음으로 GAA 구조로 전환했다. 양산에 돌입했지만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서는 수율 관리가 필수다.

업계 관계자는 “신공정으로 양산하는 초기에는 적정 수율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삼성전자가 위험 양산(리스크 프로덕션)에서 벗어나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수율로 입증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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