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의 '일감몰아주기' 조항이 게임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제조업 기반 기업에 적용되던 방식을 그대로 적용, 개발 자회사를 둔 게임업계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게임업 특성을 고려한 별도 조항 삽입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넷마블 그룹 전체 기업 30곳 중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은 19개다. 그룹사 절반 이상이 공정위 감시를 받는 셈이다. 공정위는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분류한다. △계열사와 상품·용역 거래액 연간 200억원 이상 △전체 매출에서 내부거래 비중 12% 이상 △정상가격과 거래 조건 차이 7% 이상 등 하나라도 해당하면 규제 대상이 된다.
게임사 중에는 넥슨과 넷마블이 포함된다. 넷마블은 매출 대비 내부거래 비중이 12%가 넘는 계열사를 약 10개 보유하고 있다. 200억원이 넘는 곳도 7곳에 달한다. 게임업계에서는 개발스튜디오를 분사해서 개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그렇게 보지 않았다. 공정위는 업의 특성과 상관없이 보편적인 기업구조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별도의 특례는 없다고 설명한다. 게임업계는 게임업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적용하는 건 가혹하다는 분위기다.
제조업 기반 규제가 일괄 적용되면 게임산업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임업계에서는 개발자회사 또는 개발스튜디오가 독립성을 가지고 게임을 개발, 유지, 관리보수하는 게 일반적이다. 모회사가 서비스, 운영, 사업 등을 전담하고 개발자회사가 게임을 만드는 구조다. 작은 조직일수록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살리기 위한 조치다. 흥행 산업인 게임에서 빠른 의사결정은 적시에 게임을 낼 수 있느냐와도 직결된다. 실험적인 시도도 독립적인 분위기에서 나온다.
자연히 내부거래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넷마블뿐만이 아니다. 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위메이드·웹젠·넵튠·NHN 등 상장사는 물론 라인게임즈·원더피플 등도 개발자회사가 게임을 개발하고 모회사가 퍼블리싱하는 형태를 가진다.
문제는 넷마블처럼 규모가 큰 게임기업이 제도권에 편입된 것이 처음이라는 점이다. 감시 대상에 속한 게임사 사례가 넷마블 1개사이기 때문에 현재까지 게임업계가 적극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다. 엔씨소프트는 김택진 대표 지분이 11.97%에 불과, 규제 대상이 아니다. 넥슨은 일본 상장법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독립적이고 빠른 의사결정으로 디렉터가 원하는 게임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제조업 기반 잣대로 내부거래로 규정하면, 게임 산업이 성장을 가로막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표 넷마블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자료 공정거래위원회, 전자공시)>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