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6·1 지방선거가 남긴 숙제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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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도지사, 광역·기초의원, 교육감을 뽑는 6·1 지방선거에서 성적표를 받은 정치권은 “잘나갈 때 자기 혁신에 소홀한 사람들은 결국 정권을 뺏긴다” “더 큰 개혁과 과감한 혁신을 위해 회초리를 들어 주신 국민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선거에 나타난 민심의 향배를 대하는 절박한 심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승자는 미래의 승리를 담보하기 위해, 패자는 원인 분석 및 다음을 도모하기 위해 해법과 돌파구를 혁신에서 찾겠다고 하지만 연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오래전부터 산업계는 혁신을 경영자의 덕목이자 기업의 핵심 역량으로 인식하고 있다. 새로운 도전자가 끊임없이 출현하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용한 전략은 자기 파괴적 혁신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으로 떠오른 데에는 기업들이 세계 시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빠르게 대처하는 혁신을 게을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노력이 지금의 경쟁력이고 역량이 됐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듯 정치도 정치 선진국과 경쟁해야 한다.

정치도 지속적이며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 세계적 수준의 정치를 목표로 삼고 혁신을 이루면 국민의 관심과 사랑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정치권의 혁신 이슈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만 지금 상태로 가서는 안 된다는 인식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혁신의 출발선은 문제 인식이다. 자의든 타의든 출발선에 섰다. 이 지점에서 성공적인 정치 혁신을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우선 혁신은 시기가 중요하다. 혁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언제 혁신을 실행할지 결정해야 한다. 시기를 놓치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혁신을 위한 노력과 성과를 가치 없게 만든다. 준비가 미흡하지 않고 이해당사자 간에 혁신의 필요성을 공감한다면 실행은 빠를수록 좋다. 문제가 심각하고 조직의 안정과 발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면 시점은 혁신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다. 요즘은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고, 환경 변수는 다양하고 복잡하다. 과거 관점으로는 지금의 변화를 제대로 측정할 수 없다. 새로운 관점을 통해 이전에 보지 못한 변수를 탐색하고 분석해서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 시기와 속도가 늦으면 새로운 변수의 출현과 함께 환경 변화로 말미암아 혁신을 요구하는 인자가 바뀌면서 추구하는 혁신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

다음으로 저항에 대한 정교한 관리가 필요하다. 혁신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문제를 어떻게 관리하고 극복하는지가 성공의 분수령이 된다. 기존의 것을 없애고 새로운 것으로 바꾼다면 누군가는 이득이고 누군가는 손해를 본다. 혁신에 대한 반발이나 저항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혁신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고 혁신 목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래야 조직의 성공을 위해 기존의 제도나 규칙, 절차, 방법 등이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할 수 있다. 문제의 심각성이나 성과를 달성해야 하는 시점을 고려해서 혁신이 필요한 부분이 어떤 영역인지, 어느 규모로 할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1995년에 이건희 당시 삼성그룹 회장은 “한국 기업은 2류, 한국 정부는 3류, 한국 정치는 4류”라고 일갈했다. 27년이 지난 이제 기업은 1류로 도약했지만 정치가 4류를 벗어났는지 의구심이 든다. 정치는 경제, 복지, 교육, 노동 등 국가 전반을 견인하는 동력이자 주춧돌이다. 정치가 제대로 발전하면 법과 제도를 통해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노사가 모두 승자가 되는 상생의 노동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수준 높은 입법 활동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양질의 복지를 구현하고, 누구나 공정한 교육의 기회를 누리는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 정치가 중요하고 정치 혁신이 필요한 이유다. 이제 정치 혁신을 통해 '한국 정치는 1류'로 나아가자.

조휘형 김포대 마케팅경영과 교수 hhcho@kimpo.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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