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루나' 사태로 이어질 우려가 큰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 등으로 투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시장 가격 변동이 더욱 격화하면서 루나 사태를 촉발한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스테이블코인의 '디페깅(가치연동이 깨지는 현상)' 우려가 커진 탓이다.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개코 등에 따르면 웨이브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USDN은 약 0.97달러를 기록하며 일주일 가까이 디페깅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한때 0.9달러까지 페깅이 깨졌다. 같은 기간 개당 1만원 수준이었던 웨이브 코인 역시 급락, 17일 기준 5700원 수준으로 반토막났다.
업비트 등 국내 주요 4개 가상자산거래소는 웨이브와 트론을 지난 14일부터 일제히 '투자 유의 경고' 종목으로 지정했다. 이 코인들과 연계된 USDN과 USDD 페깅이 정상적으로 유지되지 않는 정황이 지속 포착되기 때문이다.
이는 같은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인 루나 사태가 터지기 직전 전조 현상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루나 사태를 학습한 투자자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웨이브는 러시아 국적의 개발자 알렉산더 샤샤 이바노프가 지난 2016년 선보여 '러시아의 이더리움'이라는 별명을 가진 프로젝트다. 이더리움처럼 웨이브 블록체인 위에서 개발자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용할 수 있는 형태다. 올해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점에 가격이 급상승해 러시아 경제제재 조치의 직접 수혜를 받은 것으로 해석됐다. 다만 일부 가상자산 인플루언서들은 웨이브 역시 '폰지'라며 가격조작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웨이브는 미국 달러와 일대일 페깅이 이뤄지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 'USDN'과 짝을 이룬다. 루나와 테라USD(UST)의 관계처럼 웨이브의 발행·소각 유통량에 관한 사항이 USDN에 상호 영향을 미친다. 웨이브의 역할은 USDN을 사고 파는 수수료 지불에 사용되고 USDN의 담보 역할을 한다.
웨이브 코인은 올해 초 한때 가격이 약 6배 이상 오르는 등 급격한 변동성을 보였다. 이는 랜딩 프로토콜 'Vires Finance' 등장 때문이다.
이 플랫폼은 USDN 예치에 대한 보상으로 연이자 80~100%에 달하는 이자를 지급해 왔다. 과도한 이자 지급으로 문제가 됐던 루나의 앵커 프로토콜은 20% 수준이었는데 웨이브는 루나의 4~5배 이자를 지급하는 셈이다.
재단은 이를 통해 모집한 약 550만달러 규모 USDN을 담보로 USDC와 USDT를 발행하고, 이를 다시 웨이브 매입에 활용함으로써 웨이브의 가격 상승을 유도했다. 하지만 이후 투자자들이 이를 가격 조작으로 인식함에 따라 자금 인출이 집중됐다. 1USDN 가치는 1달러를 한참 벗어난 0.6달러까지 떨어졌다.
웨이브가 루나와 다른 점은 샤샤 이바노프 웨이브 창립자와 재단 관계자들이 많은 웨이브 물량을 보유하고 있어 가격 급락을 방어하기 용이하다는 점이다. 샤샤 이바노프는 트위터에서 “우리는 사기를 당하고, 해킹을 당했고, 사기꾼이라고 불렸으나, 그것은 단지 자극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