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미디어혁신위 실종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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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중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 간사(국민의힘 의원)가 4월 26일 미디어혁신위원회 조직 등 미디어 분야 국정과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미디어 정책 전반을 구성하고 조율할 '미디어혁신위원회'가 함흥차사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미디어혁신위 구성·운영 계획을 확정했다. 김대중 정부 당시 방송법 제정을 주도한 방송개혁위원회처럼 미디어 거버넌스와 관련 법·제도 정비를 담당할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미디어 거버넌스와 법 체계를 대폭 수정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계획에 미디어업계의 기대치는 높았다. 과거 정부에서 미디어·콘텐츠 정책 주체가 여러 부처로 나뉘어 있어 정책 추진이 지지부진하고, 모호한 부처 간 역할 경계로 사실상 중복규제를 받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관·학 모두 미디어혁신위 구성에 대해 “현재 진행되는 바를 모르겠다”며 대통령실과 국무조정실 등의 의사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윤 대통령이나 한덕수 국무총리가 부처 간 미디어 정책 조율의 필요성과 20년 이상 된 낡은 방송법을 고려, 미디어혁신위 운영 개시를 서둘러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2020년 6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전략'을 마련하고도 2년 가까이 공회전한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범정부 통합 정책이었지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법적 지위 부여 방식, 자제등급분류제 도입 방식 등을 놓고 부처 간 이견 끝에 동력을 잃었다.

인수위가 펴낸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도 갈등의 소지는 확인된다. '글로벌 미디어 강국 실현'에 방통위가 주관부처, 과기정통부·문체부는 협조부처로 각각 명시됐다. 실천 과제는 정보통신기술(ICT) 관련에 따라 주관·협조 부처를 나눴지만 언제든 부처 간 갈등과 주도권 다툼이 재현될 수 있는 구조다.

윤석열 정부는 미디어업계의 기대치를 외면해선 안 된다. 글로벌 OTT 사업자 등장으로 국가 간 미디어·콘텐츠 산업 경계가 허물어지고 영화 '기생충' '미나리'와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시작으로 K-콘텐츠의 글로벌 위상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 명확한 정책 컨트롤타워를 확립해서 불필요한 규제는 정리하고,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은 든든하게 뒷받침할 초석을 마련해야 한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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