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車 중소부품사의 'SW 개발자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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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도연 오비고 대표.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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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연휴기간에 전기차를 몰고 강원도 횡성에 갔다. 늦은 저녁식사 후 어둑해진 국도길에 상향등을 켜고 달렸다. 반대편 차로에서 차가 오니 전기차가 하향등으로 자동 조정했다. 반대편 차로로 차가 다가올 때마다 매번 상향등·하향등을 바꿔야 하던 예전에 비해 아주 편했다. 최근 전기차 등 고급 차량에 적용된 하이빔자동제어(HBA) 기능이다. 차량에 탑재된 첨단운전자보조장치(ADAS) 카메라가 반대편 차로에서 다가오는 차량을 인식해서 이를 차량 네트워크로 상향등에 전달하면 차량전조등 소프트웨어(SW)가 하향등으로 방향을 자동 조정하는 지능형 전조등 시스템 SW 기능이다. 기존 자동차 전조등은 SW 코드가 1개 라인도 없는 단순 HW 제품이었으나 이제는 ADAS 데이터 인지, 네트워크 연동, 조건부 컨트롤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SW가 탑재된다. 차량이 많은 SW 코드가 필수인 스마트HW로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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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www.parkers.co.uk)

컨설팅 업체 매킨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소비자 차량 구매 기준은 기존 자동차 디자인 중심에서 △자율주행 △인터넷서비스 △효율적 전기차 배터리 △모빌리티 서비스 등으로 확대된다. 모두 SW로 구현되는 기능이다. 소비자가 스마트폰 같은 SW 기능을 차량에 요구하는 것이 대세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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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맥킨지)

기존 자동차에서 가장 단순하던 차량전조등에 SW가 적용되는 것뿐만 아니라 라이다SW, 배터리관리SW, 자율주행SW, 인터넷SW 등 모든 차량 부품에 스마트 SW를 적용하는 것이 필수가 됐다. 최근 고급 차량에는 7억 라인이 넘는 SW코드가 적용된다고 한다. 다양하고 복잡한 스마트 SW를 유연하고, 빠르고, 수시 업데이트가 가능하게 하려면 더 좋은 성능의 반도체(CPU·MCU), 운용체계(OS), 네트워크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차량SW, 네트워크, 반도체가 5가지 도메인에서 새로운 아키텍처로 구조화되고 있다. △전동계·섀시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콕핏 △보디·편의장치 △통신 등 각각의 도메인은 HW를 직접 조정하는 제어SW와 운전자가 직접 사용하는 기능SW, 이 둘 사이를 연결하는 시스템SW로 구성된다. 전기차로 대표되는 미래차가 스마트카라고 불리는 이유는 마치 스마트폰처럼 고성능 CPU, 차량용 OS, 차량용 애플리케이션(기능SW)가 도입되기 때문이다.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미래차·스마트카 시대로의 전환이라는 '정해진 미래'로 나아가고 있고, 이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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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자동차 부품사도 스마트SW를 내재화해 스마트HW 부품으로 전환해야 한다. 미래차 스마트HW 사업전략, 스마트SW 개발전략, SW개발자 채용·육성 등이 시작점이다. 그러나 국내 중소 자동차 부품사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국내 연구기관 조사에 따르면 1000여개 중소 자동차 부품 회사 가운데 미래차 자동차부품 생산 준비 회사는 12%(118개사)에 불과했다. 이 또한 모터류·배터리류 분야에 치우쳐 있고 미래차 대응 혁신역량 부족, 개발자 부족, 코로나·반도체 수급문제로 인한 경영실적 부진,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총체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SW 관점에서 국한해 본다면 전통 HW 제조업 중심인 중소 자동차부품사에는 SW 제품 전략을 수립할 전문가가 부재하고, 지방 공단 지역에 위치해서 SW 개발자 지원자가 적다. 제조업 기준 임금체계와 IT SW 개발자 임금 수준의 차이가 심해서 채용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 HW로의 전환이라는 '정해진 미래'만큼이나 명확한 중소 부품사의 '정해진 현실'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자동차 부품사의 현실과 함께 더 어려운 점은 대학에서 졸업하는 SW 개발자의 절대 부족이다. SW가 없었던 전동계·섀시·보디 등 분야의 신규 SW 개발자 수요와 자율주행·인포테인먼트·편의장치 분야의 고도화되는 SW 개발자 수요 등을 감안하면 매년 평균 7000여명의 개발자가 필요하다. 수요에 비해 전국 대학교 SW 관련 학과 졸업생은 매년 평균 2500명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이들 졸업생은 네이버, 카카오, 삼성전자, 스타트업 등 서울 및 수도권에 위치한 IT 기업으로 몰린다.

중소 자동차 부품사가 직면할 SW 개발자 대란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2020년 이미 SW 개발자 대란을 겪은 IT 업체가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는지를 보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SW 관련 대학졸업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W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SW교육센터가 많은 성과를 냈다. 고용노동부 산하 코리아디지털트레이닝(KDT)에서 매년 2000명의 SW 개발자를 양성하고, 민간기업에서는 삼성청년SW아케데미를 통해 매년 1300명의 SW 개발자를 배출해서 90% 넘는 취업률을 보였다. 최근 카카오는 고용노동부 직업능력심사평가원의 '디지털 신기술 핵심 실무인재 양성 훈련 사업자'로 선정돼 '카카오 클라우드 스쿨'을 개설하고 올해 100명을 대상으로 SW 개발자를 교육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존 화석연료 중심 중소 자동차 부품회사의 전동화, 미래차, 스마트카 전환 방향 및 지원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고용부는 IT기업을 대상으로 탁월한 성과를 보여 준 SW비전공자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미래차, 스마트카에 특화된 SW 개발자 양성프로그램으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나라 중소 자동차 부품사 고용 현황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전통적인 HW 중심 제조업에 SW를 탑재해서 스마트 HW 제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 많지 않다. 작은 규모와 SW 역량이 부족한 중소 자동차 부품사가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과제다. 산업부의 전략적 방향 제시와 고용부의 SW 개발 육성 경험에서 나온 정책 지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정부의 기민한 정책지원과 중소 자동차 부품사의 치열한 도전이 시너지를 내야 한다. 미래차·스마트카 시대라는 새로운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가슴 벅찬 시간을 맞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황도연 오비고 대표 david.hwang@obigo.com

<필자소개> 황도연 오비고 대표는 정보기술(IT), 자동차 SW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다. 관련 분야의 기술 연구개발 성과를 인정받아 2018년 국가연구개발 우수 성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았다. 같은 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도 받았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을 지냈고,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한국판뉴딜 국정자문단 자문위원 등 산업 발전을 위한 활동을 다양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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