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의 사이버 보안 내재화 등 변화의 바람이 갈수록 거세지는 상황은 우리나라 사이버 보안 기업에겐 위기이자 기회다. 글로벌 시장 진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별다른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판로가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사이버 보안 유니콘 기업은 42개다. 미국이 31개, 이스라엘 6개, 캐나다 2개, 영국·스위스·중국이 각각 1개씩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 사이버 보안 기업은 2016년 864개에서 2020년 1283개로 48% 증가했지만 단 한개도 유니콘 명찰을 달지 못했다.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보안 시장 조류에 편승하지 못하면서 미국 등 선도국과 격차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분야별 전문화 및 기업 대형화 등 기업의 질적 성장이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빅테크나 금융 자본 등 레이더에서 우리나라 사이버 보안 기업은 벗어나 있다. 오히려 주요 고객인 IT기업이 보안 내재화에 나서면서 시장이 축소되는 위기에 직면했다.
사이버 보안 기업 관계자는 “당장 매출의 큰 변화가 생기진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사이버 보안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성장 정체가 불가피한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위기를 인식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초 발표한 '정보보호산업 전략적 육성 방안'에 따르면 2025년까지 AI 보안 기업 60개를 육성하기 위해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다. 지능화하는 보안위협에 대응해 제품·서비스개발에 AI 기술을 활용하는 보안 기업을 육성하고 'AI 보안' 'AI 융합보안' 'AI 역기능방어' 등 차별화된 3개 분야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김용대 KAIST 교수는 “빅테크의 보안 내재화 등 급변하는 상황에 맞춰 우리나라 기업도 미래를 예측하고 보안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위협 인텔리전스 제공 능력을 인정받은 일부 스타트업처럼 독자적 강점이 있는 기업만이 사이버 보안 시장의 훈풍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