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포인트 피해자들이 재판 승소 시 받을 수 있는 배상금이 피해액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백만원 피해를 봤지만 배당액은 평균 2만원에도 못 미쳤다.
29일 머지포인트 피해자 A씨가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에 제출한 엄벌탄원서에 따르면, 법원은 최근 A씨의 채권금액은 80만3500원, 배당비율을 2.419%로 산정해 1만9439원을 배당했다. 전체 피해액 중 소명이 가능했던 것이 10% 내외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A씨가 지난 2019년 12월부터 2021년 8월까지 티몬, 11번가, POSA 카드 등으로 구입한 머지머니 총액은 약 700만원이다. 여기에 머지플러스 구독권 3개월권을 20개(약 90만원) 구입해 총 피해액이 800만원에 육박한다.
A씨는 피해액이 큰 탓에 공탁금과 인지송당료를 포함 200만원 상당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했다. 하지만 피고인 머지포인트 압류계좌에 남은 금액이 적어 배상금이 겨우 '2만원'으로 책정됐다. 검찰이 파악한 머지포인트의 전체 피해액수는 1004억원(소비자 피해액 751억원, 제휴사 피해액 253억원) 규모다.
검찰은 올해 2월 권보군 머지포인트 최고전략책임자(CSO)와 다른 형제의 재산 41억원을 추징보전 절차를 통해 동결했다. 다만 머지포인트의 경우 전금법 위반을 포함 사기죄, 횡령 등 혐의를 함께 받고 있어 머지포인트 소비자들은 배당에서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A씨는 탄원서에서 “아내와 딸이 있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매일 16시간이 넘는 근무와 폐기음식만 먹는 방법으로 돈을 모아 머지포인트를 샀다”며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어 피해구제를 위해 계속 노력해보지만, 머지사태(2021년 8월 11일) 당일 저녁에 환불 신청을 했음에도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환불은 깜깜 무소식”이라고 호소했다.
A씨는 피해구제신청이나 배상명령신청으로도 구제를 받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소송을 진행 중인 피해자는 소비자원의 피해구제신청을 이용할 수 없고, 권고가 나오더라도 법원의 판결과 같은 효력이 없기 때문에 머지포인트가 이의제기나 파산으로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는 입장이다. 또 배상명령신청 역시 민사소송의 청구금액과 형사소송의 공소장 피해금액이 상이할 경우 등으로 각하 또는 기각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A씨는 탄원서를 통해 머지포인트의 사기죄가 반드시 인정돼야 한다고 강변했다. 사건이 확대되기 이전에 머지포인트가 재무제표를 금융 당국에 제출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계획된 사기로 볼 여지가 크다는 주장을 폈다.
A씨는 “머지포인트 문제를 가상자산 '테라·루나' 사건과 동일시하는 시각도 있는데, 머지는 소비자보호법의 보호 대상인데다 투기가 아닌 절약 의도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은 법령만 갖고 따질 것이 아니라 사태 이후로도 폭리를 취하는 머지포인트 회사의 악행 등 도리 상으로도 판단해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