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기업이 다 한다

“음악부터 드라마까지, 아날로그부터 디지털까지, 빠른 것부터 정확한 것까지… 한국이 다 한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최근 각종 매체를 통해 내보내기 시작한 공익광고 '자긍심-다 한다'의 내용이다. 광고는 문화 콘텐츠에서 첨단 산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한국의 역량이 뛰어나다고 강조한다. 광고는 다 잘하는 사람(한국인)이 모였기 때문에 '한국이 다 한다'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한국인의 자긍심을 키운다는 취지로 제작된 공익광고여서 오글거리는 느낌이 없진 않지만 의미는 쉽게 다가온다.

광고를 보면서 문득 카피 문구의 핵심인 주어를 '기업'으로 바꿔서 '기업이 다 한다'로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 콘텐츠부터 정보통신기술(ICT), 디지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활약과 성과가 두드러진다. 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을 앞세워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주요 기업은 그동안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호실적을 올리는 등 뛰어난 위기대응 역량을 보였다.

'기업이 다 한다'의 하이라이트는 지난 20~22일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주무대였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일정은 삼성전자에서 시작해 현대자동차로 마무리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제조 대기업과의 기술 협력, 투자 기회를 원했다. 기업이 정상외교의 핵심 테마 가운데 하나로 다뤄졌다.

뒤이어 나온 우리 기업의 국내 투자계획 발표도 눈에 띈다. 주요 그룹사가 수십조원에서 수백조원에 이르는 미래 투자계획을 연이어 공개했다. 신기술·인프라 투자, 일자리 창출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투자다.

이제 남은 과제는 '기업이 다 한다'가 듣기 좋은 구호로 그치지 않고 실제 기업이 다 할 수 있도록 기반을 갖춰 주는 것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구축이 급선무다.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하고도 불필요한 규제에 얽매여서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규제 개혁의 끝은 없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규제 또한 매번 같을 수는 없다. 어제의 좋은 규제가 오늘은 나쁜 규제일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규제개혁을 영원한 테마로 삼아 불필요한 규제를 바꿔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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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공정과 상생을 통한 신동반성장을 다짐하는 핸드프린팅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윤석열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정한 여성경제인협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연합뉴스

'기업'의 다양성을 넓히는 노력 또한 중요하다. 대기업 몇 곳에 국가경제를 의지할 수는 없다. 대기업이 짊어진 몫이 크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중소·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의 역할도 중요하다. 대·중소기업이 함께 가야 한다. 서로 경쟁하되 룰을 지키며 상호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난 25일 '대한민국 중소기업인 대회'에 5대 그룹 총수가 참석해서 중소기업인들과 함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이기에 마련된 특별 이벤트이겠지만 동반 성장을 다짐하는 모습은 앞으로 기대감이 들게 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매 정부 초기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약속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실천하지 못하는 일이 잦았다는 점이다. 기업의 역할을 기대하면서 정작 기업의 목소리는 제대로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업 현장의 어려움을 적극 발굴, 개선하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5년 뒤에도 '기업이 다 한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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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전자모빌리티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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