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450조 투자...국내 360조
반도체-바이오-AI-6G 육성
이재용 "위기일수록 투자"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삼성전자 D램 시장 점유율 추이삼성청년SW아카테미(SSAFY) 취업자 수 삼성이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입해 △반도체 △바이오 △신성장 IT(인공지능·차세대 통신) 등 미래 먹거리를 키운다. 450조원은 삼성이 지난 5년 간 투자한 330조원보다 약 36% 많은 규모다. 삼성은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미래 준비를 위해 3년간 240조원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이때도 과거보다 30% 이상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24일 내놓은 향후 5년간 투자 계획은 삼성이 투자 규모를 지속 확대해 미래 시장에 대비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투자는 국내에 집중된다. 국내 투자 규모는 360조원으로 전체 투자의 80%다. 미국과 중국 등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에 대응한다. 삼성은 이 같은 투자를 통해 국민 소득 증대와 경제 발전을 이끌어 가는 '선순환 구조'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날 발표는 지난주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한 지 불과 사흘 만에 나온 대규모 투자 발표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이 우리 정부의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에도 적극 부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앞서 2020년 11월 디자인전략회의에서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자. 도전은 위기 속에서 더 빛난다”고 언급하는 등 위기 때일수록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이번 투자도 그 연장선이다.
다만 삼성의 투자 성과가 가시화하려면 이 부회장의 리더십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부회장이 제약 없이 전면에 나서야 삼성의 미래 시계가 불투명하다는 시장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 노린다
삼성은 분야별 투자 규모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시설 투자 등을 고려하면 반도체 비중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의 반도체 투자 핵심은 시스템 반도체다. 부가가치가 높은 시스템 반도체를 적극 육성해 세계 최대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인공지능(AI)·슈퍼컴퓨터·로봇 등 4차 산업혁명 성공은 시스템 반도체에 달렸다. 삼성전자는 △고성능·저전력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5G·6G 모뎀 등 초고속 통신 반도체 △고화질 이미지센서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은 삼성전자가 주력하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지만 세계 점유율은 뒤처진다.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는 인텔과 엔비디아, AP는 퀄컴, 이미지센서는 소니라는 강자가 포진했다. 삼성전자는 적극적 투자와 연구개발(R&D)로 1등 기업과 '기술 격차'를 줄이며 성장 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다.
시스템 반도체의 또 다른 축인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미래 시장을 개척한다. 기존에 없던 차세대 생산 기술을 적용, 3나노미터 이하 공정 제품을 조기 양산한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내 세계 최초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 3나노 제품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메모리는 '초격차 확대' 전략을 견고히 한다. 삼성전자는 극자외선(EUV) 공정 등 첨단 기술을 선제 적용하며 메모리 시장 점유을 확대한다. 최근 미국과 중국 메모리 업체가 삼성전자에 도전하며 '세계 최초=삼성'이라는 공식이 점차 흔들리고 있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오 사업 '제2 반도체'로 키운다
삼성 바이오 사업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를 두 축으로 '제2 반도체 신화'를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중심으로 하는 CDMO 사업은 공격적 투자 확대를 이어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건설 중인 4공장이 완공되면 CDMO 분야 생산능력 62만리터로 압도적 세계 1위로 도약한다. 4공장에 이어 하나의 공장에서 다양한 종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는 '멀티모달' 공장인 5공장과 제2 바이오캠퍼스 부지에 6공장도 건설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파이프라인 확대·고도화에 주력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3종과 항암제 2종 등 총 5개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출시했다. 추가로 1개 제품 허가를 받았으며 4개 파이프라인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미국 바이오젠이 보유했던 지분 전체를 인수하면서 개발·임상·허가·상업화 등 연구개발(R&D) 역량을 내재화했다. 독자 기술로 바이오의약품도 개발 중이다.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 규모는 2021년 100억달러에서 오는 2030년 220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항체 바이오시밀러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은 “CDMO 및 바이오시밀러 역량을 강화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 기반을 다지고 바이오 사업을 반도체에 이은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육성할 계획”이라면서 “바이오 전문인력 양성, 원부자재 국산화, 중소 바이오텍 기술지원 등을 통해 국내 바이오 산업 생태계 활성화도 지속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AI·6G, 4차 산업혁명 기술 선도
삼성이 초격차 혁신을 가속화할 신성장 IT는 AI와 6세대(6G) 통신기술로 수렴된다. 미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술이다. AI는 세계 7개 지역의 글로벌 AI 센터에서 선행 기술 연구를 진행한다. AI 전문 인재를 대거 영입하고 전문 인력을 추가 양성해 R&D 경쟁력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국내 신진 연구자들이 혁신적인 AI 기술을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삼성미래기술육성 사업이 이를 주도한다. 청소년 대상 소프트웨어(SW) 교육을 확대하는 등 국내 AI 저변을 넓히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차세대 통신은 3·4·5세대(3G·4G·5G) 이동통신 시장을 선도한 경험과 역량을 6G 기술 확보에 쏟아붓는다. 삼성은 미래 통신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6G 선행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핵심 기술을 선점하고 글로벌 표준화로 통신 분야에서도 초격차를 실현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