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대만 삼킨 불의 고리, 또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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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지척에서 '불의 고리'가 다시 출렁이고 있다.

지난 3일 오전 규모 7.2(미국·유럽 발표 7.4) 지진이 대만을 뒤흔들었다. 무려 10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 전 세계가 애도의 목소리를 냈다.

중국과 필리핀 등 주변 나라에서도 지진을 느낄 정도로 강력했다고 한다. 약 2400명이 숨진 1999년 당시 지진 이후 최악의 재난이다.

이 때문에 반도체 공급으로 세계 경제에서 중요 역할을 하는 TSMC 공장이 멈추기도 했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이튿날인 4일 정오 무렵에는 일본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도 규모 6 지진이 발생했다.

이들은 태평양 주변을 마치 고리처럼 둘러싼 환태평양 조산대, 일명 불의 고리에 속한 곳이다.

우리 지구 최상부는 단단한 암석원(판)들이 덮고 있는데, 이들은 고정돼 있지 않다. 판들이 맞닿은 경계에서는 어떤 판이 다른 판 아래로 밀려들어가거나 충돌하는 등 전 지구 스케일의 큰 움직임에 따라 그 인근에 지질 현상이 나타난다. 지진, 화산과 같은 현상이 그것이다.

일본 상당 부분이 여기 속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환태평양 조산대, 일명 불의 고리는 이 중 태평양판이 중심이다. 태평양판 남부를 제외한 거의 모든 방향의 경계 및 인근에 위치한다.

그렇다고 꼭 태평양판만 속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대만도 태평양판을 기준으로 본다면 애매한 위치에 있다. 태평양판의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필리핀판, 유라시아판 경계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환태평양 조산대는 서쪽 영역으로는 일본과 대만, 많은 동남아시아 나라들 및 뉴질랜드, 동쪽으로는 미국·캐나다 서부와 중앙아메리카 전역, 남아메리카 서부 등에 걸쳐있다.

전체 길이가 약 4만㎞에 달할 정도로 길고 그 영향권이 넓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재난의 씨앗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불의 고리라는 고약한 이름이 붙은 것은 유독 지진, 화산 활동이 잦기 때문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전 세계 지진 발생의 90% 이상이 이곳에서 발생할 정도라고 한다. 세계 화산 75%도 이곳에 몰려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불의 고리에 속한 대만과 일본에 연이어 지진이 발생하면서, 고리 일대에 추가적인 참사 가능성을 염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만과 일본 두 지진의 연관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두 곳의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거니와 대만 지진은 필리핀판과 유라시아판, 일본 지진은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의 충돌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불안감이 적지 않은데, 이는 지진이 발생한 대만, 일본을 이웃으로 뒀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잇따른 지진 여파가 국내에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는 수년 전 경북 경주(2016년), 포항(2017년)의 지진 발생 사례도 있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환태평양 조산대, 일명 불의 고리와는 직접 연관성이 없다. 다만 판들의 경계 충돌이 이어지면 우리나라 단층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아예 마음을 놓아버리는 것은 좋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