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불리며 TM 경력직 '스카우트'
사업비 규제·실적 압박에 이적
'상조·보험' 사업구조도 비슷해
유급휴가 등 당근책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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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상조회사 탓에 일부 보험사에서 콜센터 직원 유출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상조회사가 영업력이 뛰어난 보험사 텔레마케팅(TM) 직원에게 높은 급여와 복지 등을 제시하면서 스카웃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높아진 급여 인플레이션 때문에 신입이나 경력직원 구하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중견 손해보험사 A사는 최근 TM 조직에서 잇따라 퇴사자가 나오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관련 부서장이 경영진에 인력 유출, 채용과 관련한 대응책을 마련해 보고하기에 이르렀다.

이 회사 TM 조직은 규모가 700~800명인데 퇴사자에게 사유를 물어보니 하나같이 상조회사 이직을 꼽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A사 관계자는 “최근 상조회사가 규모를 키우며 대형화되고 있는데 경력이 많은 보험사 콜센터 직원을 빨아들이고 있다”며 “보험사 직원은 설계사 자격을 갖추고 있어 어느정도 검증이 될 뿐아니라 전화 영업에 특화돼 상조회사에서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콜센터 직원 이탈은 사업비 규제 탓도 있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이른바 '1200% 룰' 적용으로 설계사는 가입 성사 인센티브로 최대 '1년치 보험료'를 초과해 받을 수 없다.

TM 조직이 약 2000명에 이르는 B생명보험도 올해 들어 퇴사자가 두드러지게 늘었다. 이 회사 퇴사자들은 “사업비 규제가 덜한 상조회사나 일반 콜센터로 이직하기 위해 나간다”고 퇴직 사유를 밝혔다고 한다.

C생명보험사도 콜센터 직원 구인난을 겪고 있다. C사는 TM 영업 비중을 크게 두지 않아 인력이 200여명 정도지만 예년과 다르게 직원 이탈이 잦다. C사 관계자는 “예전엔 콜센터 직원들이 카드사, 쇼핑몰, 홈쇼핑 또는 전문 콜센터 아웃소싱 업체로 이직했는데 최근엔 퇴사자들에게 상조회사로 이직한다는 얘기가 계속 나온다”고 말했다.

또 콜센터 직원 대부분 계약직이나 위촉직인 데다 기본급이 낮고,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주는 급여 형태여서 실적 압박이 큰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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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회사의 콜센터 전경. 이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상조와 보험이 유사한 사업 구조인 점도 이유로 꼽힌다. 상조회사 상품은 장례 치를 때 발생할 비용을 가입 당시 확정하고 선수금을 10년 이상 분할 납부하도록 설계돼 있다. 선수금은 고객이 상조회사에 미리 낸 돈을 말한다. 보험료를 받아놨다가 사고가 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과 같은 성격이다.

한때 270여개에 달했던 상조업계는 폐업과 합병 등을 통해 70여개로 줄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업계 선수금 규모는 약 7조2100억원으로 집계됐다. 상위 10개사의 시장점유율이 76%에 달한다.


상조업계가 콜센터 인력 블랙홀이 되면서 일부에선 유급휴가를 주는 등 당근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탈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업계 관계자는 “3년 근속하면 1개월 유급휴가를 주는 등 콜센터 직원을 위한 복지 혜택을 마련 중인데도 이탈이 잇따르고 있다”며 “신규 직원을 구하기도 어려워 TM 영업이 지장 받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