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의 핵심은 대(對)중국 견제였다. 그는 경제협력을 넘어 '가치'에 기반한 동맹관계를 언급하는 등 대놓고 중국을 겨냥했다. 북한에 대해선 인도적 지원 등 여전히 원칙적인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미일은 굉장히 가까운 경제·군사적 관계를 맺고 있다”며 “태평양 지역에서의 민주주의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밀한 공조를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한국과의 관계를 군사·경제적 협력 관계를 넘어 이른바 '가치 동맹'까지도 격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가치기반 동맹을 강조해왔다. 미국이 한국의 직·간접 지원 사격을 바탕으로 한 미국·인도·일본·호주 4개국 안보회의체(쿼드, Quad)·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 공조는 공동의 발전 전략에 굉장히 중요하다”며 “민주주의라는 공동의 가치를 수호하는 것부터 시작해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으로부터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미국 주도 가치 동맹에 동의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처럼 자유인권이라고 하는 민주주의를 보편적 가치로 공유하는 국가끼리 먼저 긴밀하게 유대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말뿐인 협력이 아니고 양국 국민과 기업이 실제로 체감하는 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윤 대통령은 미국 주도의 '가치 기반' 질서를 바탕으로 한 경제·산업 등의 새로운 글로벌 체계를 중요하게 다루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생활과 산업에 필요한 물자들의 공급망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은 국민 생활과 경제에 직결되는 문제”라며 “이를 국가 안보와 군사 안보 등과 동일한 선상에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인도적인 지원 등 원론적인 발언만 되풀이했다. 그는 “코로나19 백신을 (북한에)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즉각적으로 (제공)할 수 있지만 (북측의)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비핵화 등 각종 주제가 어느 정도 조율된 이후 만나는 상향식 접근법을 다시 공언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은) 북한에서 진정성 있게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