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가 동반성장위원회 조정협의체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전화콜 대리운전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에는 반대하지 않으나 세부 조항에서 입장 차이를 보인다. 시장 선점 사업자와 후발 사업자 간 처한 상황이 달라서다. 제 밥그릇 지키기 싸움에서 벗어나 대·중소기업 간 상생을 도모하면서도 이용자 후생을 증진할 합의안 도출이 필요하다.
◇몸집 키운 카카오, 후발 사업자 추격 차단
카카오모빌리티는 2016년 '카카오T' 앱을 통해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했다. 기존 전화 콜 위주 시장에 앱 플랫폼을 접목했다. 당시 하루평균 3800만명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메신저 '카카오톡' 가입자를 기반으로 모빌리티 사업을 확대하려는 조치였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 점유율은 40~50%로 추산된다. 단일 사업자로 1위다. 다만, 공식적인 점유율 집계치가 없어 수치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카카오대리 점유율 40~50%라는 업계의 주장은 1위 전화콜 프로그램사인 로지의 데이터가 포함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정된 점유율”이라면서 “당사는 점유율을 25~30%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대리 급성장 배경에는 전화콜 업체 '1577 대리운전'과 시장 2위 프로그램 '콜마너' 인수가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2019년 콜마너를 인수한 것은 카카오T 대리로 접수된 콜을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다. 이용자가 급증하자 자체 대리기사만으로 서비스 운영이 힘들다고 판단해 내린 조치다.
지난해에는 전화콜 시장 1위 업체 1577 대리운전을 인수했다.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가 같은 해 5월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신청했으나 인수를 강행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될 경우 사업 확대가 자제되기에 확고한 우위에 올라서기 위한 전략적 조치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 시장 1위 사업자인 만큼 전화콜 대리운전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나쁜 소식은 아니다. 전화콜 시장 점유율 확대 금지라는 강도 높은 안에 대해서도 찬성하는 이유다. 압도적 우위에 있는 앱 플랫폼 시장은 규제 대상이 아니어서 추가 이용자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전화콜 시장에서는 1577 대리운전을 통해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했고 콜마너를 통해 대리운전을 수행할 기사 풀도 폭넓게 이미 구축해 추가 인수합병(M&A) 필요성이 크지 않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전화콜은 물론 앱 플랫폼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프로모션 자제 원칙에도 동의한다. 성장세에 있는 앱 플랫폼 시장에서 점유율이 약 99%로 추산돼 경쟁사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대리운전 시장은 20%가 앱 플랫폼이고 80%가 전화콜이다.
◇추격자 티맵, 제한적 경쟁 허용 요구
티맵모빌리티가 내비게이션 앱 '티맵(TMAP)'을 통해 대리운전 서비스 '티맵 안심대리'를 출시한 것은 지난해 7월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신청이 들어간 이후지만 시장에 진출했다. 사업을 일찍이 준비했으나 코로나19 영향으로 시장 진출 시기가 늦어졌다.
티맵모빌리티는 앱 플랫폼 시장에 이어 전화콜 시장에도 진출했지만 중소업체 반발로 철수했다. 법인대리 업체 '굿서비스'를 인수했지만 전화콜 시장 점유율은 1% 미만이다. 앱 플랫폼 시장 점유율도 약 1%에 불과하다. 여러 차례 프로모션을 진행했지만 점유율은 제자리걸음이다. 콜을 수행할 대리기사 부족 영향으로 분석된다.
티맵모빌리티는 무조건 사업 확대를 막기보다 대기업 총량제를 통해 기업 간 제한적 경쟁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점유율 40~50% 등 이해당사자 간 합의한 점유율 내에서 경쟁해야 하는데 카카오모빌리티가 반대한다. 확대 가능한 점유율이 티맵모빌리티보다 낮다는 이유에서다.
티맵모빌리티는 프로모션도 허용해야 한다고 본다. 대리기사뿐 아니라 고객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커진다는 주장이다. 후발 사업자인 만큼 선두와의 점유율 격차를 줄이고 이용자를 끌어 모으기 위해선 프로모션이 절실한 상황이다. 티맵모빌리티는 전체 시장에서 점유율이 1% 수준이라 전화콜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 금지, 강도 높은 프로모션 제한 등의 내용이 합의안에 담길 경우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워진다.
◇이용자 후생·중소기업 상생 접점 찾아야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는 중소업체가 당분간 사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대기업이 상생에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다. 연합회 관계자는 “대기업 총량 제한은 카카오모빌리티가 반대하고, 전화콜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 금지는 티맵모빌리티가 반대한다”며 “두 회사가 대리운전 중소업체 생존권과 대·중소기업 간 상생에 우선순위를 두고 고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기간은 3년이지만, 한 차례 재지정이 가능해 6년간 중소기업이 보호받을 수 있다. 이후에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등의 방법은 있으나 통과된 사례가 마땅치 않다. 최근 대기업에 개방된 중고차 매매업이 대표 사례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대기업의 급진적인 점유율 확대로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하는 게 목적이다. 이 기간 중소업체들은 대기업 서비스에 맞설 경쟁력을 기르는 사업자와 퇴로를 확보해 사업 정리하는 사업자로 양분된다.
전화콜 시장 점유율 확대 금지 조항이 합의안에 담긴다면 중소업체를 보호하기도 하지만, 사업 매각을 택하는 중소업체 선택권도 제한된다. 시간이 갈수록 중소업체는 경쟁력을 잃고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자칫 중소업체 고사를 조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대기업이 일부 규모 있는 중소업체만 인수할 우려가 있어 동반위가 묘안을 찾아야 한다.
대기업 총량제를 대안으로 택하더라도 풀어야 할 기술적 난제가 있다. 전체 대리운전 콜을 실시간 집계하는 곳이 없다. 제재 상한선을 넘어설 때 고객 콜을 어떻게 처리할지, 프로모션 금지를 어떻게 구체화할지 등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대기업의 프로모션 허용 범위도 고민해야 할 과제다. 비용 지출을 줄이고 이를 프로모션 혜택으로 돌리는 건 규제가 아닌 장려해야 할 부분이다. 과도한 제재는 이용자 후생을 낮추고,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는 부정적 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 규제는 원가보다 낮게 서비스를 공급하는 부당 염매 행위를 대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는 대기업 대비 자금력이 없는 중소업체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