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에서 일어난 두 살 여아 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엄마 멜리사 루시오(53)가 사형 집행 이틀 전, 새로운 증거가 발견돼 극적으로 회생했다.
25일(현지 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당초 히스패닉계 여성 루시오는 두살배기 친딸 머라이어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뒤늦게 그의 무죄를 뒷받침할 결정적 증거가 뒤늦게 나오면서 사형 이틀 전 집행이 보류됐다.
딸이 사망 전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사고를 당한 사실이 앞선 재판에서 배제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에 텍사스 항소법원은 사형 집행 보류와 함께 하급 법원에 사건 기록을 재검토하도록 했다.
루시오는 15년 전인 2007년 자신의 두살 된 딸 머라이어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이듬해 사형선고를 받았다. 약물주입 방식 사형은 현지 시간으로 27일 집행될 예정이었다. 그는 당시 911에 전화를 걸어 “낮잠을 자던 딸이 의식이 없다”고 신고했으나 딸은 결국 숨졌다. 부검 결과 딸은 둔기에 의한 외상으로 사망했다.
루시오 가족이 사건 이틀 전 아파트로 이사를 하던 과정에서 사망한 친딸 머라이어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는데, 해당 진술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법정 제출이 누락됐다.
이후 루시오 변호를 맡은 시민단체는 해당 기록과 함께 당시 충격으로 아이가 뒤늦게 사망했을 수 있다는 법의학 소견을 제출했고 이를 항소법원이 받아들였다.
또한 앞서 루시오는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딸을 때렸다고 자백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 변호인단은 수사기관의 강압에 의한 허위자백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딸의 엉덩이를 때리거나 깨문 사실이 있기는 하지만 수사기관이 이를 학대로 몰고 갔다는 설명이다.
루시오의 사연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되는 등 국민적 관심을 끌었고, 그 결과 많은 유명인사의 탄원이 이어졌다. 텍사스 하원의원의 절반 이상이 초당적으로 뭉쳐 그가 새로운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나서기도 했다.
루시오 가족이 사건 직후부터 주장한 딸의 낙상 사고가 묻힌 이유에 대해 의문이 커진다. 항소법원은 하급 법원에 사건 재검토를 지시하는 결정문에서 "관련 당국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숨겼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검토하라"고 적었다.
루시오 사건 변호인은 “이번 사건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그러나 무죄를 입증할 새로운 증거와 관련해 청문회가 개최된다는 사실은 사건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루시오가 입증해야 할 것들은 많다. 머라이어의 시신에 멍이 드는 등 결정적 사망 원인인 머리 외상 외에도 학대의 흔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루시오 변호인단은 아이의 아빠, 검찰이 로베르토 알바레즈를 용의자가 아닌 증인으로 심문했다며 성 편견이 사건 조사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법원에 기각 당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