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발표한 수송용 에너지 전환 계획을 둘러싸고 과속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하이브리드 차량은 2025년 또는 2026년, LPG 등 가스 차량은 2024년부터 저공해차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 1종 저공해차인 전기 및 수소 차량에 대한 혜택만 남기고 2종 저공해차인 하이브리드 차량, 3종 저공해차인 가스 차량에 대한 혜택은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정책 발표에 이어 LPG·CNG 차량의 저공해차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의 대기환경보전법 개정령안 입법예고도 이어졌다. 특히 LPG 차량은 정부가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며 지난 2019년 일반인의 LPG 차량 사용 규제를 전면 폐지한 지 3년 만에 저공해차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어서 '조변석개'라는 지적이다.
정부의 이번 결정을 두고 다양한 비판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일방적 결정이라는 비판과 함께 급격한 수송용 에너지 전환 정책이 여러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다.
첫째 정부는 내연기관차량과 전기·수소 차량을 잇는 브리지 정책의 필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등록된 차량 2500여만대 가운데 2400만대 이상이 내연기관이다. 실질적으로 무공해차 보급이 누적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당장 2년 뒤부터 LPG나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지원과 혜택을 없앤다면 이 수요가 모두 무공해차로 갈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오히려 무공해차보다 접근이 쉬운 디젤과 같은 내연기관차로 이동할 공산이 크다. 전기·수소 차량은 아직 서민에게는 높은 비용, 인프라 부족 등 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책 역행'이다. LPG·CNG 등 무공해차로 가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브리지 연료들과 관련한 정책이 반드시 장기적으로 병행되어야 한다.
둘째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이미 많은 부담을 지고 있는 소상공인을 배려하지 않은 정책이다. 정부는 '소상공인의 발'인 1톤 트럭의 LPG 신차 구입보조금액을 올해 50% 삭감하고, 지원 대수도 대폭 줄였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에 지원금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되려 줄이니 영세사업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1톤 전기 트럭이 이를 대신한다고 주장하지만 짧은 주행거리와 부족한 인프라 등 한계가 명확하다. 1회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가 211㎞에 불과한데 짐을 싣거나 냉난방을 하면 더 짧아진다. 공용충전소 이용에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다. 충전소를 찾아 충전하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며, 고장이 잦다는 것이다.
전기화물차가 고액의 보조금 지급과 영업용 번호판의 무상 발급이라는 파격적인 혜택으로 급격히 늘었지만 대기 개선 효과는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다. 지난해 말 발표된 국회 예결위의 예산심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 보급된 전기화물차는 1만4320대에 달했으나 전환 과정에서 경유차 폐차 비율은 2.7%에 불과했다. 배출가스를 다량 뿜어내는 경유차는 그대로 운행되고 전기화물차 수만 늘어난 셈이다. 무공해차 보급의 함정이다.
LPG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가는 브리지 연료로 선택된 것은 미세먼지의 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의 배출량이 경유차의 93분의 1에 불과해 뛰어난 미세먼지 저감 성능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의 저공해차 모델별 배출가스 현황 자료에 따르면 LPG 차량이 하이브리드 차량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보다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한다.
정부의 무공해차 보급 추진은 당연하지만 수년간의 과도기를 거치는 동안 서민들의 선택권까지 빼앗아서는 안 될 것이다. 국내의 무공해자동차 생산능력과 구매모델이 아직 부족한 점 등을 고려해서 LPG·CNG 등 가스차가 적절한 역할 분담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럽 등은 전기차 확대를 유도하면서도 수송용 에너지의 다양성을 고려해 가스차 등 저공해 내연기관차량 보급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 LPG 등 대체연료차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48%나 증가했다. 이는 유럽이 가스차를 친환경차로 지정하고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탄소 중립은 가야 할 길이지만 문제는 방법과 속도에 있다. 빠른 것이 능사는 아니며, 오히려 주변을 면밀하게 살피지 못한 과속은 사고의 원인이 된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환경성뿐만 아니라 에너지 안보, 자국 산업 보호 등을 신중히 검토해서 올바른 완급 조절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 pskim@daeli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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