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솔기에 묻은 먼지가 6억원"…아폴로11호 달 샘플, 개인 수집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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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11호 임무로 버즈 올드린과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했다.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아폴로 11호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달에서 가져온 시료가 약 50만 달러에 판매됐다.

1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본햄스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이하 ‘나사’)이 진품으로 인증한 달 시료가 40만 달러에 낙찰됐다고 전했다.

22만 달러부터 경매를 시작한 인류 최초의 달 시료는 7차례 호가 끝에 목표가인 80만~120만 달러에는 못 미치는 가격에 낙찰됐다. 수수료 등 각종 비용을 합해 낙찰자가 지불해야할 금액은 총 50만4375달러(약 6억 1700만원)다.

이 작은 먼지 시료는 알루미늄으로 된 직경 10mm(밀리미터)의 전자현미경 시료판에 카본테이프로 덮어 고정되어 있다. 샘플은 너무 가벼워 본햄스 측에서 무게조차 제공하지 못했고, ㎛(마이크로미터)로 크기만을 겨우 제시했다. 총 5개 시료 중 4개는 닐 암스트롱이 채취한 시료와 일치하며, 나머지 하나는 시험 기법의 변화로 다르게 측정되었을 것이라고 우주전문매체 스페이스 닷컴은 전했다.

이 시료는 엄밀히 말하면 ‘채취한’ 것은 아니다. 우연히 시료를 담는 테플론 백의 봉합선 틈새에 끼어 암스트롱과 함께 지구에 도달했다. 국가에 소속되어야 할 달 시료가 개인소유로 팔리게 된 사연이 여기에서 시작한다.

대기가 없는 달 표면은 퍼석퍼석한 물질 ‘레골리스(Regolith)’가 층을 이루고 있다. 이 물질은 태양풍으로 인한 정전기에 의해 우주복에 달라붙어 우주비행사에게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가방도 레골리스가 달라붙기 좋은 대상이다. 시료 채취 과정에서 시료를 담는 테플론 가방에 먼지 알갱이가 달라붙어 지구로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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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11호 임무 당시 달 시료를 담기 위해 사용된 테플론 백. 재봉선에 묻은 먼지가 이번 경매에 나와 40만 달러에 낙찰됐다. 사진=소더비

‘달 시료 수확물(Lunar Sample Return)’이라고 적힌 이 가방은 나사가 수십 년 전 다른 물품과 함께 캔자스주의 ‘코스모스피어 우주박물관'에 대여해 전시되다가 사라졌는데, 지난 2002년 물러난 박물관장 맥스 아리가 전시품들을 빼돌려 판매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여러 압수물 중 하나로 다시 등장했다.

아리 전 관장은 사기와 절도, 돈세탁 등의 혐의로 징역 3년 형과 벌금 13만2000달러를 선고받았으며, 연방 보안관국 당국은 벌금 확보를 위해 이를 온라인 경매에 부쳤다. 나사 측이 분실 신고했음에도 당국이 이를 다른 가방과 착각해 벌어진 일이다.

2015년, 이를 변호사 낸시 리 칼슨이 단돈 995달러(약 120만원)에 낙찰 받았다. 칼슨은 이 가방의 진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나사 존슨우주센터측에 보냈고 진품 여부를 확인받았다. 칼슨이 나사에 가방을 보내고 나서야 나사 측은 도난당한 가방의 행방을 알게됐다.

가방의 소유주가 된 칼슨과 나사는 이를 둘러싸고 소송을 이어갔다. 칼슨에게 가방을 획득하기 위해 사용한 돈과 1000달러를 추가로 제공하겠다고 했으나 칼슨은 이를 거절했고, 소송에서 법원은 칼슨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후 2017년 칼슨은 이 가방을 소더비 경매시장에 내놓게 되고 이는 181만 2500달러(약 22억 2500만원)에 낙찰된다.

이 백에서 채취한 먼지 시료도 법정 밖 화해를 통해 칼슨 측에 반환돼 경매에 나왔다.

나사는 6차례의 아폴로 달 착륙 미션을 통해 총 382kg의 달 시료를 갖고 있다. 이중 아폴로11호가 가져온 시료는 1cm이하 미세 시료 492g과 1cm이상 암석 파편 12개 등이 기록돼 있다.

달 시료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경매에 부쳐진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우주법 전문가들은 ‘우주 공간의 상업화’가 진일보했다고 평가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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