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24가 손익분기점(BEP)으로 삼은 점포 수 6000개를 돌파했다. 첫 연간 흑자 달성도 가시화됐다. 이마트24는 올해 공격 출점을 지양하고 점포당 매출을 높이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세븐일레븐의 미니스톱 인수로 선두권과 격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무리한 확장보다는 내실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24는 지난달 말 6000호점인 안산행복주유소점을 오픈했다. 2013년 위드미를 인수해 편의점 사업에 진출한 지 8년만이다. 6000번째 점포는 이마트24에게 있어 의미 있는 성과다. 지난 2017년 브랜드를 기존 위드미에서 이마트24로 바꾸면서 BEP 달성 기준을 점포수 6000개로 밝힌 바 있다.
가맹점 수익의 일정 비율을 가맹수수료(로열티)로 받는 다른 편의점과 달리, 이마트24는 고정 월회비를 받는 모델이다. 점포가 늘면 자연스럽게 매출이 올라가는 구조다. 또 매장 수가 많아지면 제조사로부터 납품받는 상품 원가도 낮아진다.
이마트24가 BEP 달성을 위한 최소 점포수를 확보하면서 흑자전환에도 탄력이 붙었다. 이마트24는 매년 손실 규모를 꾸준히 줄이며 분기 기준 흑자에는 성공했지만 아직 연간 흑자는 거두지 못했다. 2017년 517억원이던 적자 규모는 2020년 219억원, 지난해는 34억원까지 대폭 줄었다. 매출은 2조원 돌파를 목전에 뒀다. 올해는 편의점 사업 진출 이후 7년 연속 이어온 적자 행진을 마무리하고 흑자 전환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마트24는 올해 수익에 중점을 둔 사업 전략을 펼친다.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한 점포수를 확보한 만큼 당분간 내실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편의점 시장 판도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이마트24는 그동안 편의점 빅3 진입을 목표로 세븐일레븐과 격차를 좁히기 위해 공격 출점을 이어갔지만, 세븐일레븐의 미니스톱 인수로 상위권 진입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이마트24 관계자는 “편의점 사업을 위한 충분한 규모가 갖춰진 만큼 외형 확장보다는 가맹점 매출을 높이는데 주력할 것”이라며 “출점 전략도 고매출 점포 오픈을 기조로 잡았다”고 말했다. 내부 방침에서도 이러한 분위기 변화가 읽힌다. 개발담당 핵심성과지표(KPI)에서도 회사손익 평가 비중을 출점보다 2배 높게 책정했다. 출점을 위한 무분별한 가맹점 판매장려금 지원도 지양하기로 했다.
대신 기존점 매출을 높이는데 집중한다. 딜리셔스 아이디어를 통한 상품 경쟁력 강화와 특화매장 확대, 퀵커머스 등으로 각 가맹점의 수익을 극대화하고 이탈을 막겠다는 의도다. 이마트24는 주류·와인 특화매장인 '딜리셔스 보틀' 테스트 점포도 새로 열었다.
이마트24 흑자 전환은 모회사인 이마트 입장에서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이마트는 그동안 10차례에 걸친 유상증자를 통해 이마트24에 2980억원을 수혈해줬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24가 자체적으로 이익을 내는 구조가 구축되면 연결 손익개선뿐 아니라 자금 조달을 통해 투자금을 벌충하는 악순환도 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