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에 쏠린 세계적인 관심이 뜨겁다. 세계 최대의 소셜미디어 기업이 메타버스를 차세대 소셜 네트워크로 보고 이에 집중하기 위해 사명을 바꾸는가 하면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는 디지털 운동화 회사를 인수하는 등 메타버스 관련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반면에 일각에서는 메타버스를 '지나가는 유행'이나 '마케팅 전략'으로 칭하는 등 메타버스 인기를 경계하는 측면도 있다. 과연 메타버스는 '소음'일까 '신호'일까.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메타버스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미래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금융사라면 전략적인 관점에서 귀 기울여야 할 '신호'라 볼 수 있다.
먼저 메타버스는 플랫폼 관점에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제페토 이용자의 80%가 10대이고 로블록스의 54%가 13세 미만인 가운데 메타버스 주된 이용층은 Z세대이며, 밀레니얼 세대가 그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메타버스에서는 자체 화폐를 기반으로 누구나 디지털 콘텐츠를 생산·판매·수익화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시스템이 작용한다. 누구든지 메타버스 내에서 디지털 콘텐츠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이다. 로블록스에는 이미 120만명이 크리에이터가 되어 연평균 1만달러 이상의 수입을 내고 있다. 이는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개발하도록 하는 경제적 인센티브로 작동, 메타버스가 동영상 플랫폼을 잇는 차세대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준다.
둘째 메타버스는 디지털 자산 활성화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 특히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샌드박스(Sandbox) 등 웹 3.0 기반의 메타버스에서는 디지털 콘텐츠에 NFT 기술이 접목되어 게임, 게임 아이템, 메타버스 내 토지·건물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가 암호화폐 기반으로 활발하게 거래될 뿐만 아니라 높은 가격이 형성되면서 많은 사람이 NFT 기반 디지털 콘텐츠를 투자 대상으로 인식하게 됐다. 결국 메타버스 활성화는 NFT, 암호화폐를 포함한 디지털 자산 시장 활성화로 이어질 공산이 높다.
그렇다면 메타버스를 미래 핵심 플랫폼으로 주목하는 금융사들은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이미 많은 금융사가 마케팅이나 고객 서비스 채널 관점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메타버스가 차세대 플랫폼이 될 것을 감안하면 마케팅 서비스 채널을 넘어 고객과 관련한 유의미한 데이터 확보 관점에서 플랫폼 전략이 필요하다. 오프라인 중심 소비 활동이 온라인으로 대거 전환되면서 금융사는 이미 온라인 업체 대비 고객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진 상태다. 향후 소비 활동이 메타버스로 옮겨 오게 될 경우 접근성은 더 낮아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쇼핑이나 교육 등 메타버스 안에서 증가할 수 있는 고객 활동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도록 메타버스 플랫폼과 제휴하거나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디지털 월렛 사업 또한 금융사들이 눈여겨볼 만하다. 이미 NFT, 암호화폐 등 디지털 자산 시장은 2370조원 규모를 넘어섰다. 디지털 자산 시장이 확대될수록 디지털 자산을 발행·평가하고 거래하는 영역에서 다양한 신규 사업 기회가 생겨날 것이다. 그 가운데 금융사의 전통적 역량을 고려할 때 관련성 높은 디지털 자산 거래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디지털 월렛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전 세계 유수의 결제 서비스 업체 및 빅테크 기업들이 디지털 월렛 구축 및 고도화에 뛰어들고 있다.
1970년대에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도 여러 논란이 있었다. 인터넷을 실생활에서 활용하는 것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은 없었으나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인터넷 없이는 일상생활조차 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메타버스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새로운 변화에 대응할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정애 비자코리아 컨설팅 및 애널리틱스 부문 이사 jjeong@vi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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