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디지털 전환을 외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란 무엇인가. 디지털 기술을 사회 전반에 적용해서 전통 사회 구조를 혁신하는 것이다. 영국의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Agile Elephant)는 디지털 전환에 대해 '자산의 디지털화와 조직이 생각하고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프로세스 전환, 리더십과 신규 비즈니스 모델 창출, 이해관계자·고객·직원 등의 경험을 향상하기 위한 기술 활용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정의했다. 특정 분야에 적용되는 기술 혁신을 넘어 기업 경영 비즈니스 모델을 효율적으로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국민 생활의 편의성까지 제고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도 차기 정부의 중점 경제 정책 방향과 목표에 디지털 전환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디지털 데이터 경제로 강하게 키워야함을 강조해 왔다. 그래서 정부 조직의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화를 공약하고 현재 인수위원회에서 '디지털 플랫폼 정부 TF'를 구성·운영하고 있다.
2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은 비대면과 디지털 전환을 촉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0년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비는 2019년 41조4400억원보다 7200억원(1.7%) 증가한 42조1600억원이라고 한다. 물론 연구개발비 모두가 디지털 전환 관련 투자비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ICT가 디지털 전환의 선도 분야라고 생각한다면 막대한 투자에 비해 전환 체감도가 기대보다 미미한 것은 사실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거버넌스가 미흡해 추진하고 있는 전략과 정책이 유기적으로 최적의 효과를 창출해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거버넌스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에서도 4차 산업혁명을 적극 수용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신설하고 관련 정책 마련과 실행을 추진했다.
그러나 위원회 자체의 규모와 지위가 예상보다 축소되었으며, 정책 실행력이나 예산조정권 등 권한 또한 주어지지 않아 결과론적이지만 효과적인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2001년 11대 과제로 시작한 '전자정부'사업을 뛰어넘어 차기 정부에서는 디지털 전환의 일환으로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추진한다. '전자정부'는 행정 업무전산화가 주목적이라면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대국민 서비스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소프트웨어(SW) 기술을 이용해 국민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즉 국민이 주로 이용하는 행정 절차의 전산화가 아니라 국민이 필요로 할 서비스 수요를 먼저 예측해서 제공할 수 있는 선제적 행정 서비스다.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복잡하고 복합적인 서비스이기 때문에 이를 다방면으로 기획하고 검토해야 한다. '전자정부' 사업은 단일 소관 부처에서 처리할 수 있는 반면에 '디지털 플랫폼 정부' 사업은 여러 부처가 모여서 서비스 방식과 방법을 논의해서 기획·시행해야 한다. 이 때문에 '디지털 전환'은 산업 간 경계를 빠르게 무너뜨릴 것이고, 이에 따라 정부부처·산업·학계 등 이해관계자 간 충돌이 예상된다. 이를 조율하고 국가 차원의 종합적 전략을 수립·실행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가진 거버넌스의 구축이 필수불가결하다.
혁신적이고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조속히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통령이 직접 '디지털 전환' 과업을 챙겨야 한다. 대통령은 국가의 모든 일을 결정하고 수행하는 역할이지만 중점 분야에서 관심을 보여 주는 것만으로도 목표 달성은 더 쉽게 이뤄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유연한 사고와 전문성 있는 민간 참여를 확대해 국가 디지털혁신 전략을 종합적으로 수립하고, 충돌할 수 있는 부처 간 정책을 조율·이행 여부를 점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 디지털 전환 과업 추진 시 컨트롤타워에 부처 간 조정 권한을 부여하여야 하며, 단순한 정책 자문이 아니라 실행 권한 부여도 고려해야 한다. 왜냐하면 정부 조직뿐만 아니라 산업계, 학계 등 사회적으로도 합의를 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투명한 정책 수립과 수행에 대한 모니터링을 제도화해야 한다. 책임있는 정책 설계 및 수행을 위해 국가 디지털 전환 과제 추진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주기적으로 국민에게 보고해서 공감대를 꾸준히 형성하고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 지리적 영토에 국한되지 않는 초연결·초융합 기반의 디지털 경제 시대에 더 많은 관심과 더욱 강력한 컨트롤타워로 디지털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다음세대에 자랑스럽게 물려줄 자산을 만들었으면 한다.
조준희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 jhjoh@sw.or.kr
〈필자〉조준희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은 2001년 유라클을 창업해서 21년간 대표이사로 있는 소프트웨어(SW)기업가이다. 지난해 2월부터 법정단체인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18대 회장이 되면서 소프트웨어(SW)산업 발전과 생태계 개선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벤처기업협회 부회장, 컴투스홀딩스 사외이사, 재단법인 이노베이션아카데미 이사, 대통령직속 한국판뉴딜정국자문단 부단장을 역임하며 SW산업 발전과 디지털뉴딜 정책 수립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