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뷰]건설노조 불법 더 '악화일로'

Photo Image
ⓒ게티이미지

지난달 정부가 건설노조의 불법 행위를 뿌리뽑기 위해 강력 대응을 선언했지만 2차 실태조사 결과 오히려 '동시다발 부당행위'가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 정부 들어 우후죽순 증가한 노사 갈등이 악화하며 1개 현장에서 채용 강요, 금품 요구, 현장 점유 등 불법 행위가 횡행하고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가 '전국 건설현장 노조 불법행위' 2차 실태조사 중간 집계를 한 결과 10곳 가운데 8곳의 현장에서 건설노조의 부당 행위가 3개 이상 동시 발생했다고 12일 밝혔다.

협회는 지난달 25일부터 서울(23개), 경기(23개), 인천(5개), 충남(3개), 경남(2개), 광주(2개), 강원(2개), 충북(1개), 울산(1개), 전남(1개) 등 전국 17개사 54개 현장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중간 집계 결과 '1개 현장 3개 이상 동시다발 부당행위 발생' 유형이 79.6%를 기록, 작년 12월 17일부터 올해 1월 26일까지 진행된 1차 실태조사(66.7%) 때보다 12.9%포인트(P) 증가했다.

특히 주요 부당 행위 유형으로 '채용 강요'가 26.1%를 기록, 1차 실태조사(20.9%)보다 5.2%P 증가했다. 전국 40여개(건설기계 포함 60여개)로 추정되는 노조가 각자 일감을 소속 노조원에게 몰아 주기 위해 불법 행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2차 실태조사 결과 건설노조의 부당 행위 유형 가운데 '월례비 등 부당금품 요구' 행위가 21.1%로 1차 실태조사(19.4%)보다 1.7%P 증가했다. 우후죽순 늘고 있는 군소 노조까지 가세해서 '채용 요구 시 집회를 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걸고, 노조발전 기금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요구하고 있다. 현장점유·방해 유형도 14%, 현장집회 유형은 13%를 차지했다. 건설노조는 외국인 불법체류자를 확인하겠다는 이유로 공사 현장에서 주민등록증 제출을 요구하며 입구를 점거하고, '준법 투쟁'이라는 명분으로 안전·환경 관련 법 위반사항을 관할 지자체에 지속 신고하는 한편 현장집회를 수시로 실시한다. 이외에도 장비 사용 강요(11%), 태업(10.5%), 도급 강요(4%) 등 건설노조의 불법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

건설현장 내 노조 불법행위는 채용 강요를 넘어 금품 요구, 폭행·협박 등 다양한 유형으로 확대되고 있다. 건설공사 공기 지연, 비조합원 공정 채용기회 상실 등 사회 문제를 고착화시키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노조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실력행사를 통해 공사 진행을 방해하다보니 공기 압박에 시달리는 시공사는 어쩔 수 없이 수용할 수 밖에 없다”면서 “현장소장의 최우선 업무가 '노조 관리'로 변질돼 정작 중요한 안전·품질 관리 등 건설산업 본질이 위협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