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 연구개발 비용 투자 비율이 나스닥 상위 빅테크 기업에 뒤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규모는 현격하게 차이 나지만 매출 대비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면서 기술 기반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게임업계는 늘어가는 플랫폼과 환경 통합 그리고 인접 엔터테인먼트와 시간 뺏기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연구개발비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11일 각사에 따르면 국내 3개 게임사 연구개발 비용 총액은 지난해 연결기준 1조850억원에서 올해 1조2110억원으로 11.6% 증가했다. 역대급 성적을 거둔 2020년에 비해 매출은 다소 떨어졌지만 연구개발비는 증액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게임사에게 연구개발비는 인건비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업비용(경상연구개발비)이다. 미래를 책임질 신작을 위한 기술 개발뿐 아니라 라이브 서비스 고도화, 각종 행정규제 대응 시스템 개발 비용이 포함된다.
넥슨 지주회사 엔엑스씨 매출의 90% 가까이를 차지하는 게임 부문을 이끄는 넥슨은 전년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6%, 18% 감소했지만 연구개발비는 올렸다. 넥슨코리아, 넥슨게임즈(넥슨지티+넷게임즈) 등을 포함 20%가량 증액한 2210억원을 연구개발에 사용했다. 매출 대비 6%를 차지한다. 애플의 7%와 비슷한 수준이다.
넷마블은 우리 게임사 중에 가장 많은 연구개발비를 지출했다. 5618억원을 투입했다. 매출액대비 비중은 22%에 달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 중 연구개발비를 매출 대비 가장 많이 투자하는 메타(페이스북)의 21%보다 많다. 메타는 한해 연구개발에 18조원을 투자한다.
넷마블은 지난해 근무환경 변화와 신작 출시 지연등으로 인해 당초 목표했던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 연구개발한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등 신사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울 계획이다.
엔씨소프트는 4280억원을 연구개발에 사용했다. 매출액 대비 19%다. 알파벳(16%), 화웨이(16%), 마이크로소프트(13%)보다 매출액 대비 투자액 비율을 높이면서 기술기업으로서 자리를 확고히 한다. 엔씨소프트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개발 기술에 있어 세계 최고의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했다고 자부한다. 고품질 게임 제작뿐 아니라 퍼플 등 스트리밍 플레이 서비스로 장소 기기와 상관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채팅 서비스로 게임 접근성을 확대한다.
펄어비스는 매출액 대비 32%를 연구개발에 투자해 개발에 올인하는 게임사 다운 모습을 보였다. 차세대 게임엔진 개발을 비롯해 '붉은사막' '도깨비' '플랜8' 등을 제작하고 있다. 라인업 하나하나가 가지는 중량감이 압도적이라는 평가다.
크래프톤은 연구개발 비용을 전년보다 75% 증액했다. 3650억원을 쏟아부으며 '배틀그라운드' 이후 먹거리를 발굴한다. 매출 대비 19%다. 블록체인 게임 대두로 관심을 받고 있는 위메이드와 컴투스는 각각 300억원, 910억원을 사용했다. 매출액 대비 8%, 20% 수준이다.
게임사 관계자는 “콘솔, PC, 모바일 외에도 차량, 사이니지, 메타버스 등 게임 개발에서 노하우를 확보한 온라인 연결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술 기반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