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은 10일 현안 해결이 시급한 경제부처 수장들을 지명하며, 이들이 경제저성장을 극복하고 부동산 시장 안정화 등을 풀어갈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추경호 부총리 부총리 후보자는 물가 안정, 이창양 장관 후보자는 산업고도화를, 원희룡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규제 완화와 광역 교통체계를 위한 전국 인프라 투자를 위한 정책을 최우선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 역시 각 후보들을 '경제 재도약 토대를 닦을 것' '산업구조 고도화 밑그림 그려낼 적임자' '부동산 안정, 균형발전 적임자' 등으로 표현하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행정고시 25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경제기획과 금융정책 분야를 두루 거친 기획통이다. 기재부 1차관과 국무조정실장을 거쳐 20~21대 국회의원으로 기획재정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최근에는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냈다.
◇물가 대응·추경 마련 윤 정부 딜레마
추 후보자 앞에 놓인 가장 큰 현안은 물가 대응이다. 3월 물가는 4.1%를 기록하며 10년 3개월 만에 4%대로 올라섰다.
추 후보자는 이날 인수위 기자회견에서 “대내외 여건도 녹록지 않고 국내에서는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성장률은 둔화되는 양상”이라며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서민 생활물가와 민생 안정이기 때문에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 경제 장관들이 '원팀'이 돼서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두면서 풀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의 1호 공약인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도 추 후보자에게 맡겨진 과제 중 하나다. 이미 추 후보자는 기획조정분과 간사로 윤석열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주도하고 있다. 문제는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대규모 추경을 모두 지출 구조조정만으로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추경 편성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때문에 추경 사업의 내용을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내용으로 채워야 하는 부담이 있다.
◇부동산 시장 안정·지역 균형 발전 안배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균형발전 정책을 진두지휘할 1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에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지명됐다. 윤석열 당선인은 원 전 지사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균형발전의 핵심인 지역의 공정한 접근성과 광역 교통체계를 설계할 적임자부동산 안정·균형발전 설계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원 후보자는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될 만큼 당내 핵심 인물이다. 윤 정부가 부동산 시장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원 후보자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윤 당선인과 맞붙었으나 이후 대선후보 캠프에서 선대본부 정책본부장을 맡아 대선 정책 공약 전반을 총괄했다. 예비후보시절부터 재건축안전진단 기준폐지와 노후도 기준폐지 등 재개발 규제 완화, 임대차 3법 폐지 등을 주장했다. 대선 당시에는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대장동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국민이 쉽게 이해하도록 동영상을 만들어 '대장동 1타 강사'로 불리기도 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균형발전 해법을 내놓을 중책도 맡았다. 국토교통부는 철도·도로 등 인프라를 총괄하는데다 혁신도시와 도시개발 등 균형발전 정책의 핵심을 쥐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선정된 이창양 KAIST 교수는 첨단산업에 대한 안목과 식견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사와 정치학과 학·석사,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행정학 석사, 하버드대 정책학 박사 과정을 거쳤다. 1985년 29회 행정고시에 수석합격한 뒤 당시 상공부(현 산업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2000년 이후에는 공직을 퇴직해 KAIST 경영공학부 교수로 일하고 있다. SK 하이닉스 사외이사, LG디스플레이 사외이사, LG 디스플레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위원회 위원장 등 민간 경험도 풍부하다. 기술혁신경제학 분야에서 명성이 높다. 민간과 기술혁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민간 역동성을 살릴 수 있는 산업정책을 설계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부 관료 출신으로 부처 내에서 신망도 두텁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종호 서울대 공대 전기·정보학부 교수는 반도체 분야 세계적 석학으로 꼽힌다.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전자공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원광대, 경북대 교수를 거쳐 2009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다. 한국연구재단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연구단 전문위원, 한국 센서학회 부회장, 과기정통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별위원회 위원, 과기정통부 인공지능·소프트웨어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우리나라의 반도체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자문 활동을 했다.
2016년에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석학회원이 됐으며, 2018년부터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신소자 분야 전문가로 10나노 이하 공정에서 사용되는 3차원(3D) '벌크 핀펫'(Bulk FinFET)'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삼성전자와 대만 TSMC, 인텔로부터 로열티를 받았다.
2016년 KAIST 지식재산 관리 자회사 KAIST IP와 함께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특허침해소송을 제기, 2억달러를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을 받은바 있다. 관련 소송은 2020년 KAIST IP가 삼성전자가 특허 소송에 합의하고 소송을 취하하면서 종결됐다.
윤 대통령 당선인이 2021년 3월 검찰총장직 사퇴 이후 같은해 5월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를 방문했을 당시 이 장관 후보자와 정덕균 서울대 석좌교수가 안내를 맡았다. 4시간 가량 연구소를 둘러보며 반도체 생산 기술, 연구 인력 양성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산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과학기술 패권 경쟁 대응을 염두에 둔 인선이라는 평가다.
, 최다현·변상근·박정은 공동취재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