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폐지
제3차 에기본 근거법 상실돼
산어부, 법 개정안 통과 주력
국회 제동땐 원전확대책 차질
에너지 분야 최상위 종합계획인 '에너지기본계획(이하 에기본)' 근거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5일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폐지로 근거법이 사라지면서 에너지 분야 최상위 종합계획으로서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국회에서 에기본 근거를 에너지법에 명시하기 위한 법 개정안 통과에 주력할 방침이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을 앞둔 국회가 정쟁을 벌이면 법안 통과가 불확실하다.
7일 에너지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 시행되면서 제3차 에기본 근거법이 상실됐다. 기존에 에기본 근거법이었던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은 자동 폐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3차 에기본은 현재 법률상 근거법이 없는 상황이다.
산업부는 제3차 에기본 근거를 에너지법으로 이관하는 법률 개정으로 에기본 근거를 확립한다는 구상이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에너지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에너지법을 '국가에너지법'으로 격상하고 에기본 또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으로 격상해 국가에너지법을 근거법으로 두는 내용을 포함했다. 법안은 현재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산업부는 이달 열리는 국회에서 법안 통과로 에기본 근거법을 확실히 한다는 구상이다. 에너지분야 최상위 종합계획인 에기본 근거법을 확실히 정립해야 새 정부 에너지 정책도 순탄하게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탄소중립기본법이 통과됐을 때 개정안도 같이 통과됐어야 했는데 국회 일정이 워낙 빠듯했다”면서 “개정안은 이미 상임위에 가 있기 때문에 이달 열리는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여야 간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을 둘러싼 정쟁으로 인해 국회가 대치국면에 들어서면 법 통과가 늦어질 수 있다. 이때에는 현행 에너지법 4조 '국가의 종합적인 시책 수립·시행 의무'에 근거를 두는 방안도 부처는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에너지 전문가들은 법적 정당성이 약하다고 분석한다.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한국자원경제학회장)는 “에너지법 4조로 해석은 할 수 있겠지만 광의의 해석으로 보인다”면서 “에기본이 전력수급기본계획이나 다른 계획과 연계되는 연결점도 없다”고 말했다.
에기본이 근거법을 확실하게 마련하지 않으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후 원전 확대 정책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제4차 에기본을 수립한 후에 2030년 원전 발전 비중을 확대하는 기본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연내 수립해야 하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이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에너지정책을 추진하면 추후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박 교수는 “국가에서 정말 중요한 기본계획들이 에기본을 통해서 수립된다”면서 “에기본에서 정책 윤곽을 잡아줘야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