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면접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개념 가운데 하나로 ESG 경영이 꼽힌다. 사회공헌 활동과 공유가치 창출로 기업의 미래 가치를 끌어올리는 시대를 지나 기업의 활동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지배 구조의 변화로 혁신 경영을 꾀하는 방향으로 판도가 바뀌고 있다. 바로 이 ESG 경영을 이룩하기 위해 기업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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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GIST 교수.

지난해 초부터였을까. ESG라는 표현이 인터넷과 신문, 각종 문서 곳곳에서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기업은 ESG 위원회·협의회를 신규 조직으로 구성하고 ESG 헌장을 제정하고, 심지어 ESG 펀드를 출시했다. 너도나도 ESG에 대해 언급하고 나름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강연과 관련 서적도 많아졌다. ESG라는 개념이 1~2년 사이에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지만 여러 매체를 통해 조금씩 흘러나오던 것이 이제야 대중에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새로운 개념의 출현이고 흐름의 시작이다. 뜻을 살펴보니 '환경, 사회, 기업 지배구조(Environmental, Social and corporate Governance, ESG)는 기업이나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세 가지 핵심 요소이고, 이 기준은 비재무적 지표이지만 기업의 미래 금융 성적(투자 수익과 위험성)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설명하고 있다.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의 ESG 등급에 따라 기업 가치가 큰 폭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1차 산업혁명 이후 20세기 기업의 목표는 개발된 핵심 기술로 제품을 생산하고 획기적인 마케팅으로 이윤 창출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2019년 말 코로나19라는 직격탄을 맞은 대중들은 2년간의 긴 팬데믹 시대를 헤쳐 나와 포스트 코로나를 마주하면서 안전을 우리 모두의 최우선 목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기업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의 제공도 중요하지만 환경과 사회, 사람을 중시하는 접근이 기업의 미래가치 창출의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지배구조 개선(G)은 근대산업의 시작부터 중요한 이슈였고, 사회적 책임경영(S)은 소비자들에게 기업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는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선행을 통해 기업 이윤을 환원하는 사회공헌활동(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의 하나인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이라는 기업의 움직임은 우리 삶을 지속해서 변화시켜 왔다. 반면에 친환경성(E)은 20세기까지만 해도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이슈였지만 21세기 초부터 시작된 전 지구적 기후변화와 무방비 상태에서 겪게 된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가 해결해야만 하는 핵심 주제로 부상했다.

기업과 정부, 개인 모두 혼자만의 삶이 아닌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지배 구조개선(G)-사회적 책임경영(S)-친환경(E) 순서가 아니라 E를 다음 세대를 위한 필수 불가결한 최우선 항목으로 설정해야 한다. 기업이 ESG 경영 확립에 과학 기술적 측면에서 꼭 한 가지 고려했으면 하는 개념이 있다. 바로 '탄소중립'(CCUS)이다. 친환경성과 지속 가능성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생산·유통·사용, 사용 후 분해 및 처리공정에까지 전 주기적인 과정에서 기후변화와 인류의 삶에 문제를 일으키는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탄소중립'이 수소경제·업사이클링과 함께 ESG의 핵심 움직임으로 다뤄져야 한다. 과거 대한민국은 '녹색'이라는 키워드가 기업 활동과 과학기술의 방향성을 지나치게 지배한 적이 있었다. 고탄소 지속 성장,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표현을 통해 탄소 없는 녹색경제로만 우리의 먹거리와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을 녹색-탄소중립-수소경제의 연결고리를 통해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면 여기에서 또 한 번 '탄소중립을 품은 ESG를 실현하기 위해 기업과 사회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뒤따르게 된다. 20년 전에 탐독한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라는 책에서는 현재 우리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수많은 기업 가운데 성공한 좋은 기업은 많지만 꿈을 실현하는 위대한 기업은 드물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독자는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재무적, 비재무적인 여러 답변을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런데 의외로 질문의 답은 인재다. 필자는 “그냥 인재가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말은 틀렸다. 적합한 인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적합한 인재들에겐 동기 부여를 하거나 관리할 필요가 없다. 반대의 경우 올바른 방향조차 의미가 없다. 즉 기업은 비즈니스를 추구하면서 탄소중립 기반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정확히 인지하고 ESG 경영을 추진할 인재가 필요하다. 정부와 공공기관 역시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탄소중립 기반 ESG 정책과 시범사업을 잘 도출하고 이끌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차세대 과학기술 인재를 길러 내는 광주과학기술원(GIST)과 4대 특성화 대학은 스스로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는 과학 기술 기반 ESG 인재와 ESG 경영 기반 기술 학도를 선도적으로 양성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야구에서 타율 3할이라고 하면 10번 가운데 7번은 아웃이라는 말이다. 그래도 우린 3할 타자를 좋은 야구선수라고 한다. 다음 세대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ESG형 인재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이재영 광주과학기술원(GIST) 탄소비움연구센터 부센터장 jaeyoung@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