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상자산 프로젝트가 저지른 '만우절 장난'이 실제 재산 피해로 나타나면서 투자자들이 격분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코스모스 기반 디파이 금융 플랫폼 '카바(KAVA)' 운영재단이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와 협력 발표를 공지한 직후, 이를 '만우절 장난'이라며 부인해 논란이 일고 있다. 투자자들이 테슬라 협력을 큰 호재로 받아들여 가짜뉴스 발표 직후 카바 시세가 크게 요동쳤기 때문이다.
카바네트워크는 지난 2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 차량이 운전하는 동안 이자농사(일드 파밍)을 지을 수 있는 협력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고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발표했다. 테슬라 차량 내부 디스플레이에 카바 로고가 박힌 이미지 사진을 함께 업로드함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이를 진짜 호재로 인식했고, 카바 시세는 10여분 만에 10~15%대 급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발표 30여분 뒤 카바네트워크가 같은 SNS에 '만우절 장난(Happy April fools)' 이라는 게시글을 올리면서 시세는 다시 폭락했다. 부적절한 장난에 대해 투자자들이 항의하자 카바네트워크는 앞서 게시했던 테슬라와 협력공지 게시글까지 모두 삭제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재단은 아직까지 사과문이나 정정 발표를 비롯한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해당 공지가 정말 만우절 장난인지, 공개되면 안 되는 정보가 잘못 유출됨에 따라 이를 얼버무리는 것인지 혼란이 가중된 상황이다.
카바는 주요 가상자산 담보대출과 스테이블 코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파이 플랫폼 코인이다. 국내에서는 코인원의 원화마켓, 업비트의 BTC마켓 등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이 때문에 사태 피해는 글로벌 규모로 발생했고, 일부 투자자들은 큰 수익을 얻기 위해 마진거래를 하다 전 재산을 청산당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시장에서도 만우절 장난으로 인해 곤욕을 치른 사례가 수시로 발생한다. 지난해 자동차회사 폭스바겐은 미국 법인 홈페이지에 폭스바겐 사명을 '볼츠바겐'으로 바꾼다는 보도자료를 올렸다가 삭제했다. 직후 관련 뉴스가 쏟아졌고 이날 폭스바겐 주가는 9% 가까이 급등했다. 대부분 매체가 사명 변경을 만우절 장난으로 받아들이지 않자 폭스바겐 대변인은 '사명 변경은 없다'며 발표를 공식 철회했다.
미국을 포함한 각 나라의 증권법은 상장기업이 시장에 진실된 정보만을 말하도록 규정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만우절 장난으로 명백하게 허위로 인식할 수 있는 발표만을 해 왔으나, 최근 도를 넘는 장난들이 실제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제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공시나 발표에 대한 제재가 없어 악영향이 더욱 크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시가총액이 가장 큰 비트코인 역시 지난 2019년 한 경제매체가 낸 만우절 가짜 뉴스로 인해 하루 동안 15% 가까이 급등한 사례가 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