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디오 업계가 장기화한 반도체 수급난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과거 세계 시장을 호령한 전통 오디오 명가가 반도체 품귀에 따른 완제품 가격 상승으로 시장경쟁력을 잃고 있다. 자회사 파산이라는 최악 상황에 빠진 기업도 등장했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소니그룹이 지난 1일부터 자국 내수용 가전제품의 출하 가격을 최대 31% 인상했다고 보도했다. 사운드바, 홈시어터 시스템 등 오디오 제품을 비롯해 카메라, 블루레이 디스크 플레이어 등 109개 제품이 대상이다. 소니가 이 같은 대규모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은 7년 만이다. 오디오테크니카도 이달부터 전문가용 헤드폰·마이크 등 12개 주력 품목에서 최고 19% 가격 인상에 나섰다. 데논과 마란츠 브랜드를 보유한 D&M 홀딩스는 지난 1월 판매가 인상을 발표했다.
닛케이는 '반도체 부족'을 가격 인상 배경의 하나로 꼽았다. 오디오 제품에 탑재되는 반도체는 음향 구현에 직결되는 특징 때문에 백색가전과 달리 특정 기업에 생산·공급이 집중됐다. 세계적 반도체 공급난으로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완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최근 급등한 물류비용도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일본 내 한 오디오 전문점에 따르면 현재 대당 300만~500만엔(약 2977만~4963만원)짜리 앰프를 해외에서 들여오는데 필요한 물류비는 약 20만엔(198만원)이다.
온쿄홈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28일 자동차 스피커 등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사업 자회사 온쿄사운드와 자국 내 판매 자회사 온쿄마케팅의 파산 수속을 결정했다. 스마트폰 대중화에 따라 오디오 수요가 급감한 데다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 여력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온쿄는 반도체 공급 순위에서 자동차, 스마트폰, PC, 가전 등과 비교해서 오디오가 뒷순위인 것을 고려해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본 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JEITA)에 따르면 지난해 자국 내 오디오 관련 기기 출하액은 지난해보다 10% 감소한 723억엔(7172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년 전과 비교해 5분의 1 규모로 축소됐다. 닛케이는 이처럼 악화한 시장 환경에서 소비자가 가격 인상 정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각사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