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는 현재 저출산과 고령화, 지역소멸이라는 공통의 위기에 직면했다. 2020년 6월 제21대 국회가 개원하며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발의돼 입법에 성공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주민자치분권 시대가 개막됐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새 정부에서는 지방이 국정 운영 동반자로서 위상이 강화돼야 하고 '지방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지역 균형발전에 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24일 지역균형발전특위 위원 임명식에서 새 정부는 '지방시대'라는 모토를 갖고 운영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역대 인수위 최초로 균형발전 TF를 인수위 조직에 추가한 것도 지방으로서는 반가운 변화다. 새 정부에 거는 지자체의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등 첨단산업 기반을 지방에 안착시켜 지역 균형발전의 든든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대구·경북, 신산업과 신공항 건설
대구·경북은 새 정부가 글로벌 물류 공항 건설, 데이터 산업육성, 전기차 및 서비스로봇 등 신사업 육성, 경북발전 7대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는 데 적극적으로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구시는 디지털 데이터 산업 거점도시 조성, 5+1 신산업 육성, 글로벌 경제물류공항건설 등 9대 분야 16개 사업을 정부가 지원해야 할 현안으로 꼽았다. 특히 소프트웨어 의료산업, 전기차 혁신산업 클러스터, 서비스로봇 글로벌 허브 도시 등 신산업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경북도는 새 정부에 지역 균형발전을 통한 선진국 도약모델(지방분권형 헌법개정, 500만 규모 경제권 행정통합 등)을 제안하고, 미래차-배터리, 메타버스, 백신 바이오, 가속기 기반 첨단산업화 클러스터, 신공항 건설 등 경북발전 7대 프로젝트가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했다.
◇광주·전남북, 현안 사업과 인재 챙겨 국민통합 리더십 필요
광주와 전남북은 윤 당선자가 지역 균형발전 특위를 구성하며 “우리 국민은 지역과 관계없이 공정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밝힌 만큼 호남지역 미래를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 시행 등 정부 차원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인수위가 국가균형발전의 큰 틀에서 낙후된 호남을 배려하고, 호남지역 현안 사업과 인재를 적극적으로 챙겨 국민통합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광주시는 새 정부에 국가균형발전 사업으로 빛고을 스마트 메가시티와 초광역 AI 헬스케어 서비스플랫폼 조성, 인공지능 대표 도시 육성 등 대선공약을 반드시 국정과제에 포함해 줄 것을 건의할 방침이다. 전남도는 서울~제주 간 고속철도 건설을 기반으로 환태평양 관문에 위치한 남해안 남부권을 수도권에 대응하는 초광역 거점으로 육성하는 '남해안 남부권 메가시티' 프로젝트 추진을 강조하고 있다. 전북도는 새만금 사업 단축 추진과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에 대한 정부의 중점 지원 등 전북 공약 현실화를 건의할 예정이다.
◇경기, 4차 산업기술 연구단지 조성과 GTX 노선연장
경기도는 4차 산업기술 연구단지 조성 등 지역 현안을 국정과제에 반영하기 위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비 전략과제 전담 조직(TF)'을 구성, 운영한다. TF는 기획조정, 경제정책, 균형발전, 지역개발, 사회복지, 보건안전 등 6개 분과와 중앙협력팀으로 꾸려졌다. 도는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경쟁 후보로 대선에 출마한 만큼 양당 대선 후보 캠프에 관련 공약 반영을 건의하진 않았다. 하지만 산업기술 연구단지 조성, GTX 노선연장과 신설 등 도내 시·군 현안을 고려해 경기지역 공약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경기도 7대 공약은 △4차 산업기술 연구단지 조성 △GTX(광역급행철도) 노선연장·신설로 서울 도심 30분 내 접근 △ 서울~동두천~연천 남북 고속도로 건설 등 광역교통망 확충 △주력산업 구조 고도화 △수도권 접경지역 규제 완화 △제1기 신도시 재건축 및 리모델링 △제3 국립현충원 건립 등이다.
오병권 도지사 권한대행은 “인수위에 도민 삶과 직결된 중요 정책과제가 반영될 수 있도록 새 정부 출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수위에 설치된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를 통해 지역 현안이 국정과제에 반영될 수 있도록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충남북·세종, 우주청 신설과 첨단국가산업단지 조성
충청지역은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충청의 아들'을 외쳤던 만큼 이를 지역발전 원동력으로 만들기 위해 분주하다. 대전시는 우주청 신설과 방위사업청 이전을 두고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대덕 특구 인프라와 연계한 우주·국방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확보해 지역발전을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세종은 청와대 세종 제2 집무실 설치, 국회 세종의사당 개원, 디지털미디어센터 조성 등 행정수도 완성을 통한 미래전략 특별시 발전을 꿈꾸고 있다. 충남은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 개발의 전략적 추진과 관련 분야 산업·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첨단국가산업단지 조성 등 공약 이행을 촉구할 계획이다. 충북은 방사광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글로벌 바이오밸리 조성 등을 통해 국가균형발전과 첨단산업 거점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부산·울산·경남, 부울경 초광역 특별자치단체 추진
부울경을 국가균형발전의 핵심 거점으로 도약시킨다는 비전이다. 비전 달성을 위해 공통 현안에 대한 전략을 마련해 대통령직 인수위와 새 정부 출범 이후 각 부처에 전달하기로 했다.
우선 3개 시도 공통으로 부울경 초광역 특별자치단체 추진에 힘을 모은다. 3개 시도는 특별지자체 조직과 운영에 관한 기본 규범을 마련하고, 각 시·도의회 의결과 행정안전부 장관 승인 등 절차를 완료한 후 4월 중 고시할 예정이다. 부산은 대통령 당선인 부산 공약에 포함된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가덕도 신공항 조속 건설 △수소경제 구축 △블록체인 특구 활성화 등을 건의한다. 울산은 부유식 해상풍력 환태평양 제조기지 구축, 수소 모빌리티 클러스터 구축, 국가 제조혁신 클러스터 구축을 강조하고, 경남도는 4차 산업·관광 등 '미래산업 육성', 조선·기계 등 '위기 산업 재도약', 교통 등 '광역협력·성장 기반 구축' 등 3대 목표를 설정하고 항공우주, 항노화, 관광 관련 50여개 과제를 건의한다.
◇강원·제주, 디지털·데이터 기반 미래산업 재편, 모빌리티 전후방 생태계 조성
강원도는 첨단 디지털·데이터 기반 미래산업 재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제조업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새 정부에서는 지역을 미래 과학기술 전진기지로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양자 정보통신 클러스터 강원 퀀텀밸리, 인공태양 실증 연구단지, 고자기장 연구소 유치 등 3개 과제 실현을 새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강원도를 데이터 거점 지역으로 육성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도 주요 요구사항이다.
제주도는 윤 당선인이 대선 기간 제시했던 공약을 토대로 새로운 전기 마련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당선인이 제시했던 '제주 미래 모빌리티 전후방 생태계 조성'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산업 경쟁력을 토대로 배터리 전주기 관리체계 구축 등 미래 모빌리티 특화를 강조하고 있다. 우주산업 개발 최적 요건을 근거로 위성 발사·수신 등과 관련된 민간 우주산업 거점도시 육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분원 격상 등 정부 차원 우주개발 지구 단위 설정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전국 지자체들은 지방자치 출범 이후 역대 정부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추진해 왔지만 자치분권은 나눠 먹기로, 균형발전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의 박탈감 해소 차원에서 접근해 수도권 집중이 심화하고, 지방은 소멸 위기에 처했다면서 새 정부는 각 지자체 특화산업과 연계한 과학기술과 ICT 등 첨단산업 기반 조성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실질적인 지역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