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가 영세·중소가맹점을 제외한 모든 가맹점에 지난 2월부터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상을 통지했지만, 2달여 시일이 지난 현재도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반 중·대형 가맹점은 물론 주유소, 마트, 전자지급결제(PG)회사까지 통지한 수수료 인상에 반대하면서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27일 카드업계와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석유유통협회는 여신금융협회를 상대로 현행 1.5%인 특수가맹점 수수료율 인하해달라고 건의할 방침이다.
석유유통협회 관계자는 “업계 1위 신한카드를 상대로 현행 1.5%인 수수료율을 1.0%로 낮춰 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를 거부한 상황”이라면서 “이에 카드사 전체를 대표하는 여신협회를 상대로 다음 주 특수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석유유통협회는 최근 현행 1.5%인 주유소 카드 수수료율을 1%로 0.5%포인트(P) 낮춰줄것을 요구했다. 최근 기름값이 인상하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주유소 경영난이 가중된 데 반해 카드사가 가져가는 수수료 수익은 되레 늘었다는 이유에서다.
석유유통협회 관계자는 “현재 주유소 기름값에 적용되는 특수가맹점 카드 수수료는 1.5%인 정률제로, 유가가 오르면 수수료도 덩달아 늘어나는 구조”라면서 “현재 특수가맹점 수수료율은 과거 카드 결제가 30% 수준이던 당시 책정된 것으로 현재 주유소들은 판매액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유류세분까지 수수료로 내고 있어 실질적으로 3%에 달하는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카드사와 카드 수수료 갈등을 겪는 다른 업권과 연대도 고려 중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카드 수수료율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마트협회와도 연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카드는 앞서 중소마트에 적용되는 일반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을 기존 2.02%에서 2.28%로 0.26%P 인상을 통보, 전국 5800여 동네마트를 회원을 두고 있는 마트협회와 갈등을 겪고 있다. 현재 마트협회는 신한카드 측에 수수료 인상에 대한 근거 요구와 함께 가맹 계약 해지라는 초강수로 맞서고 있다.
마트협회 관계자는 “신한카드 측에 수수료 인상에 대한 근거를 요구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면서 “이와 별개로 동네마트 등을 중심으로 신한카드 가맹 계약 해지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G사와 카드 수수료 협상도 여전히 평생선이다. 토스페이먼츠, 나이스페이먼츠, 엔에이치엔한국사이버결제 등 8개 업체로 구성된 PG협회는 카드사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에 반대, 신한카드 본사 앞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PG협회는 최근 신한카드로부터 내달 중 합리적인 수수료 협의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받고, 협상을 준비 중이다.
PG협회 관계자는 “신한카드로부터 내달 중 합리적 수수료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받은 상황”이라면서 “업계 1위란 상징성 있는 회사 협상 이후 다른 카드사와도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맹점들이 초강수로 맞서면서 카드업계는 이번 수수료율 협상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카드사는 원가 상승 등에 따라 수수료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가맹점들이 이에 반대의사를 강하게 표출하면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오는 6월 지방선거까지 예정돼 있어 정치권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타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