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출금 불가 등 이용자 불편 예고
해외 솔루션 연동 여부도 불투명
가상자산 사업자가 고객 송·수신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트래블룰' 제도가 25일부터 시행되지만 주요 가상자산거래소 간 기술방식이 이원화돼 당분간 사용자 불편이 예상된다. 국내 사업자들이 도입한 두 가지 기술방식이 아직 연동되지 않고 해외 솔루션 연동 대안도 없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가상자산 사업자가 고객 요청으로 타 사업자에게 가상자산을 이전하는 경우 송수신 관련 정보를 의무 제공해야 하는 '트래블룰' 제도를 25일부터 시행한다고 24일 밝혔다.
트래블룰은 100만원 이상 가상자산을 이전하는 경우 적용된다. 가상자산사업자가 표시하는 가상자산 가액을 적용해 원화로 환산한 기준이다.
그동안 가상자산 시장은 고객 착오에 의한 오입금 사고가 다수 발생해왔다. 가상자산 주소를 잘못 입력하면 찾기 힘든 영역으로 전송돼 거래소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 피해를 입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트래블룰을 적용하면 가상자산을 이전하는 사업자가 보내는 고객과 받는 고객 성명, 가상자산 주소를 이전받는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보내는 고객과 받는 고객 일치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어서 오입금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FIU는 송수신인 정보를 거래 종료시부터 5년간 보존하도록 했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3000만원 과태료를 부과한다. 또 가상자산사업자가 트래블룰 관련 의무를 위반하면 기관주의, 기관경고, 시정명령 등의 조치와 임직원 징계 조치도 가능하다.
이처럼 트래블룰 이행 의무가 가상자산사업자에게 부과됐지만 정작 사용자는 원하는 거래소로 원활하게 가상자산 이전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 주요 가상자산거래소 사업자들이 서로 다른 기술방식을 채택했는데 해당 기술 간 연동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채택한 트래블룰 솔루션은 CODE(빗썸·코인원·코빗)와 베리파이바스프(업비트)으로 양분됐다. 같은 트래블룰 솔루션을 사용하는 거래소 간 가상자산 이전은 기술 연동이 준비되면 각 거래소 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CODE와 베리파이바스프 간 연동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주요 가상자산거래소인 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은 공동 자료를 내고 “트래블룰 이행 시점에 맞춰 준비하던 CODE와 베리파이바스프 간 연동이 지연돼 내달 24일 마무리될 전망”이라며 “트래블룰 솔루션 연동을 신속히 마무리해 회원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상호 다른 트래블룰 솔루션을 사용하는 거래소 이용자는 당분간 거래소 간 직접적인 입출금이 불가능하다”며 “다만 개인지갑으로 이전한 후 입금하는 방식으로 다른 거래소 이전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해외 트래블룰 솔루션과의 연동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각 가상자산거래소 사업자에 따라 사용자 계정 연동 등의 방식으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해외 가상자산 사업자의 경우 트래블룰이 의무화되지 않았고 이행 준비도 돼 있지 않다. FIU는 동일한 송·수신인이 확인되고 해외 가상자산 사업자의 자금세탁 위험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가상자산을 이전할 수 있도록 했다.
거래소 업계 한 관계자는 “트래블룰 솔루션 방식이 이원화되면서 결국 제 때 사용자가 원활하게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와 한국핀테크학회는 트래블룰 시행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트래블룰 협의체인 민간자율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CODE와 베리파이바스프 간 상호 연동 가능성이 분명하지 않고 가상자산을 보낼 수 있는 거래소와 지갑에 대한 범용 화이트리스트가 만들어지지 않는 등 혼란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표]트래블룰 솔루션별 가상자산거래소 채택 현황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