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문연구원(원장 박영득)은 일본국립천문대(NAOJ)와 공동으로 세계 최대 전파간섭계 망원경 ALMA용 분광기 개발에 성공했다고 23일 밝혔다. 한일 공동연구팀은 해당 분광기 첫 관측으로 오리온성운 심장부의 별 탄생 지역에서 나오는 강력한 전파원을 포착했다.
연구팀은 지난 2월 해발 5000m 고지에 위치한 칠레 아타카마 ALMA 관측소에 분광기를 설치했고, 오리온성운 심장부에 위치한 KL 지역 관측을 수행했다.
KL 지역에서 방출되는 전파를 ALMA 망원경을 이용해 수신하고, 분광기를 통해 일산화규소(SiO) 분자가 내는 86㎓ 메이저 스펙트럼을 얻는데 성공했다.
무거운 별이 탄생하는 지역에서 형성된 일산화규소는 강한 전파인 메이저선을 방출하는데, 이를 관측하면 별 주변 물리적 환경과 물질 방출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고, 그에 따른 별의 탄생과 진화 과정을 연구할 수 있다.
이번에 개발한 분광기는 그래픽 처리와 비디오 게임에 널리 사용되는 그래픽처리장치(이하 GPU)를 이용해 개발됐다. GPU를 이용해 ACA 12m급 안테나 4대로부터 오는 128Gb/s 방대한 자료를 실시간으로 처리해 'GPU 분광기'라는 명칭이 붙게 됐다.
GPU 분광기는 32비트 실수 연산을 수행하기 때문에 4비트나 16비트 정수 연산을 수행하는 기존 장비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와 처리량이 향상되어 더 정밀한 스펙트럼을 얻을 수 있다.
연구팀은 올해 추가 시험 관측으로 GPU 분광기 성능을 면밀히 검증할 예정이며, 분광기는 2023년 10월부터 본격적인 과학 관측에 사용할 예정이다.
연구 책임자인 김종수 천문연 박사는 “GPU 분광기 개발은 천문연과 일본국립천문대의 수년에 걸친 노력의 결실이자 성공적인 협력 사례”라며 “세계에서 가장 큰 전파망원경인 ALMA 사업에 한국이 처음으로 기술 개발 영역에 투자 및 기여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