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조금을 받은 전기차 충전사업자가 보조금의 절반가량을 영업 브로커에 지급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정된 국가 보조금을 선점하기 위해 충전사업자 간 경쟁이 극심해지면서다. 시설 설치에 들어가야 할 보조금이 영업비로 대거 소진되면서 부실 충전시설 양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복수의 충전서비스 업체는 완속충전기(7~11㎾급) 당 영업 수수료를 최소 50만원에서 최고 65만원에 책정, 외주영업 업체 모집에 나섰다. 올해 완속충전기 보조금은 장소별 수량에 따라 평균 120만~140만원 수준이다. 정부 보조금의 절반이 충전기 설치·운영과 상관없는 영업비에 쓰이고 있는 셈이다. 영업비 출혈 경쟁에 나선 업체는 국가 충전사업자 30여개 사업자 중에서 10개 안팎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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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2017년부터 충전기 설치 공사와 운영 수량 등 일정 기준을 적용해 매년 충전사업자를 선정했다. 충전사업자는 시장 초기부터 외주영업 업체를 통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충전부지를 확보, 충전기를 설치해 왔다. 충전기 설치가 완료되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한다. 영업비 비중 확대는 보조금 확보 경쟁 때문이다. 최근 대기업·중견기업이 잇달아 충전 시장에 뛰어들면서 심화했다. 부쩍 늘어난 충전기 기업 인수합병(M&A)도 한몫하고 있다. 충전기 숫자가 회사 매각이나 투자 유치에 핵심 기준이 되면서 충전기를 늘리고 보자는 심리가 팽배하다.

충전서비스 업체의 한 대표는 “충전기 설치 구축을 위해 회사별로 자체 투자보다는 여전히 국가 보조금에 의존하는 상황인데 보조금 절반을 영업비로 쓴다면 충전기 제품이나 공사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보조금 경쟁이 과열되면서 경쟁사 수준의 영업비를 쓸 수밖에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무분별한 충전기 설치·운영을 막기 위해 매년 단계적으로 충전기 보조금을 내리고 있지만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조금 인하 폭만큼 공사비나 충전기 제품 단가를 깎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약 74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전국에 2만기가 넘는 완속충전기를 이들 사업자를 통해 보급할 예정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