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디지털 고립' 확산...'셈법' 복잡한 韓 게임사

글로벌 게임사 철수에 반사이익
서비스 중단 땐 '상당 매출' 포기
비우호국 '로열티 미지급' 우려
계약 일방파기 '신뢰 하락'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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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게임을 서비스하는 국내 게임사가 딜레마에 빠졌다. 한국이 러시아가 지정한 '비우호국'에 포함된 탓에 디폴트(채무 불이행) 후 채무 루블화 지급, 지식재산권(IP) 비보호주의 우려가 제기되면서 고심이 커졌다. 국내 게임사는 대형 게임사가 러시아에서 철수하면서 반사이익을 누려 왔다.

러시아에서 서비스 중인 복수의 한국 게임 주요 지표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는 한국, 중국, 터키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유일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주류인 국가다. 세부 지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다수 기업의 접속률, 리텐션(재접속률), 이용 시간이 증가했다. 웹젠 'R2'는 모스크바 체육관을 대관해 이벤트를 벌이고 스마일게이트RPG '로스트아크'는 쿠크세이튼 업데이트 이후 일일 이용자가 188%, 최고 동접이 166.7% 상승했다. '검은사막'은 러시아 자체 서비스 후 한 달 만에 이용자 수와 매출이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엔씨소프트 '리니지2M'도 구글 매출 순위 10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러시아에 게임을 서비스하는 회사는 웹젠(R2), 펄어비스(검은사막), 스마일게이트RPG(로스트아크), 엑스엘게임즈(아키에이지), 엔씨소프트(리니지2M), 크래프톤(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 등이다.

이들 업체는 글로벌 게임사가 러시아에 게임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반사이익을 얻었다. 이보다 앞서 플랫폼을 소유한 일렉트로닉 아츠(EA), 유비소프트, 에픽게임즈, 마이크로소프트(MS), 소니, 닌텐도, 밸브 등은 러시아에서 게임 판매 혹은 게임 내 아이템 판매를 중단하거나 러시아 관련 콘텐츠를 삭제했다. 러시아 인터넷 기업 VK가 운영하는 플랫폼 '마이게임스'가 있지만 서비스하는 게임 수가 스팀의 5% 수준에 불과한 탓에 기존과 같게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국산 온라인 게임으로 이용자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국내 게임사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러시아 '디지털 고립'에 동참해 서비스를 포기하자니 상당한 매출을 포기해야 한다. 서비스사와 맺은 계약을 일방 파기하기도 부담스럽다. 글로벌 기업과 달리 국내 기업사는 자체 플랫폼이 없다. 기업 신뢰도 하락과 향후 러시아 재진출 시 이미지 하락을 염려한다.

다른 한편에선 우리나라가 러시아가 지정한 '비우호국'인 탓에 서비스 로열티를 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 러시아는 비우호국 기업과의 거래 시 외화 송금을 금지했다. 채무는 루블화로 지급한다. 지난 3주간 루블화 가치는 30% 이상 폭락했다. 러시아 무역 제재에 동참한 국가의 IP를 보호하지 않겠다는 방침에 따라 IP 침해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국 게임은 패키지 게임이 없어 피해가 제한적일 수 있지만 불법 사설 서버에 대응할 방법이 없다. 게임사 한 관계자는 “러시아는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지만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서비스 지속 여부, 로열티 달러 미지급 등 상황을 주시하며 다양한 대응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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