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포항지능로봇연구소로 출발...2012년 산업부 전문생산기술연구소로 승격
수중·재난안전·건설 및 배관·농업분야 연구역량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
수중건설로봇과 국민안전로봇프로젝트 등 대형 국책과제 수행으로 기술력 축적
[편집자 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로봇이 우리의 삶으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국내 대기업은 로봇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추세이며, 중소·중견기업은 로봇 관련 제품개발에 앞다퉈 나서는 모양새다. 전 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2020년 277억3000만달러에서 오는 2026년에는 741억달러로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유일 로봇 전문 연구기관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원장 여준구)이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아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로봇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연구력을 집중하고 있다. KIRO는 2005년 경상북도와 포항시, 포항공대(포스텍) 지원으로 포항지능로봇연구소(PIRO)로 출발했다. 2012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문 생산기술연구소로 승격한 뒤 수중건설로봇과 국민안전로봇프로젝트 등 대형 국책과제를 기획하고 수행하며 입지를 다져왔다. 지난 10년간 자산규모는 4배, 인력은 3배 이상 늘었다. 국내외 대학과 연구기관과의 협연, 대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기업과 협력 연구로 향후 10년, 20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KIRO의 주요 연구성과와 향후 계획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대표 연구 분야는 '수중로봇'
KIRO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연구는 수중, 재난안전, 건설 및 배관, 농업 등 4개 분야다. 이 가운데 수중로봇은 가장 대표 연구 분야다. 2007년 포스코 의뢰로 시작해 10여년 연구 끝에 국내 최초 해외시장 진출이라는 성과를 끌어냈다.
첫 작품인 수중청소로봇(P1~P4)은 대형 산업용수처리 시설에 투입해 시스템 중지 없이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로봇이다. 화학약품이나 폐수, 유독가스 등 인체 유해 작업환경에서 사람 대신 유해 물질을 제거하고 청소함으로써 작업자 안전사고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로 개발됐다.
수중 기저면에서 작업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수상 유영방식을 도입해 바닥이 고르지 못해도 작업이 가능한 로봇이다. 그동안 국내 대기업 수처리 시설, 쿨링타워 등 냉각수 처리 분야에 적용했고, 몇년 전부터 국영 화력 및 LNG발전소 수처리 시설에도 투입해 활용되고 있다.
2009년에 개발한 수중자율무인잠수정(P-SURO I·II)은 수중 해양구조물 유지보수작업이나 탐사, 해양오염의 실시간 감시가 가능한 로봇이다. 수중비전, 수중항법, 장애물회피 등 수중 자율주행기술을 탑재했다. 특히 ROV(Remotely Operated Vehicle)와 AUV(Autonomous Underwater Vehicle) 두 가지 모드로 개발된 P-SURO II는 임무계획과 경로생성, 비전·어쿠스틱 랜드마크를 활용한 다중센서기반 위치추정, 장애물 회피 기능을 갖춘 지능형 무인잠수정 로봇이다.
또 무인잠수정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2016년 '해양오염 및 해양경비지원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선박파공봉쇄로봇도 개발했다. 파공에 의한 선박사고 시 초기 파공봉쇄로 오염물질 유출을 막을 수 있는 로봇이다. 선체 외부 곡면을 주행하는 캐터필러 주행 장치기술과 최대 75kPa 극복 파공내 앵커투입 및 파공봉쇄패드를 이용한 파공차폐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엔 해양수산부 수중건설로봇사업단 연구사업으로 해저케이블 매설로봇 URI-T도 개발했다. 최대 2500m 수심 해저면에서 워터젯을 이용해 케이블과 소구경 파이프라인을 매설하는 25톤급 대형 해저케이블 매설로봇이다. 매설 작업뿐 아니라 매설된 케이블과 파이프라인에 대한 유지보수, 전방에 부착된 소나 및 고해상도 카메라를 이용한 조사 및 탐사작업이 가능하고, 7자유도와 5자유도 등 두 대의 매니퓰레이터를 활용해 해저면에 설치된 다양한 수중 구조물에 대한 유지보수 및 해체 작업이 가능하다. 케이블 유지보수 작업을 위한 수중로봇팔과 커팅 툴·그리핑 툴 등이 있으며 수중에서 운용과 동작을 위한 유압시스템, 추진기, 12개의 카메라와 이미지 소나 등을 탑재했다. 지난 2019년 개발 완료 후 기술 이전돼 욕지도 주변 해저 상수도관 매설공사, 베트남 가스파이프관 매설공사, 지심도 주변 해저 상수도관 매설공사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우리나라 최초로 수중로봇 해외시장 진출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 2021 국가연구개발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됐다.
◇배관로봇 10년 노하우 보유
KIRO는 국내 최고 배관로봇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상수도관과 도시가스관, 송유관 등 각종 배관은 노후화되면 대형 폭발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배관 내부를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한다. 기존에는 사람이 직접 배관 청소작업을 수행해 각종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KIRO는 2011년 배관청소로봇을 처음으로 개발했다. 제철산업현장 COG(Coke Oven Gas) 배관의 슬러지 배출을 자동으로 수행하기 위해 관경 300~500㎜ 배관 내부에서 주행·청소할 수 있는 로봇이다. 현장실증을 통한 성능검증도 마쳤다.
지난 2017년에는 한국가스공사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 8인치와 16인치 천연가스 배관에 대해 피그를 사용하지 않는 비파괴 검사가 가능한 배관 검사 로봇 'K-PIBOT'을 개발, 부산도시가스 현장에서 1㎞ 주행·비파괴 검사 실증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가스공급을 차단하지 않은 상태로 배관 내부로 진입, 무선으로 주행하면서 비파괴 검사를 수행하는 자가추진로봇시스템, 로봇관제기술, 검사 데이터 분석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민간에 보급할 수 있는 모델(K-PIBOT-V2)도 개발했다. 현재 기술이전을 위해 기업 및 기관들과 협의 중이다. 이 배관검사로봇은 배관 내부를 주행하며 회전형 비파괴 검사 시스템을 이용해 안전검사를 수행한다. 수집된 검사 데이터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분석 결과까지 제공한다.
글로벌 건설사 의뢰로 2019년에는 대형배관접합로봇도 개발했다. 직경 1900㎜ 이상 3800㎜ 이하 대형 FRP 배관 및 덕트에서 연결부 내부 적층 영역에 오버레이 접합 공정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로봇이다. 작업자들이 직접 작업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질식이나 가스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
지난해 상하수도법 개정에 따라 상하수도관의 주기적 세척 및 갱생작업이 의무화되면서 최근 한국수자원공사, 로보아이, 플로웰과 공동으로 상수관 세척로봇도 개발했다. 지난해 9월 창원시 일원에서 성능시연도 마쳤다. 250m를 주행하며, 고압수 300bar 이상 압력으로 세척이 가능한 기능을 탑재했다. 다양한 모양의 수도관에 대한 주행검증도 마쳤으며 현재 기능 개량을 통해 사업화 및 시공 경험을 쌓고 있다. 또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 의뢰로 개발한 용수관로 검사로봇은 대규모 용수공급관로 내부를 이동하며 관내부의 부식, 결함 등을 탐지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이다. 900~1100㎜ 광역 용수 공급관로를 자율 주행하며 자기누설탐상 기법과 라이다 및 카메라를 이용해 배관 내부 형상, 영상, 결함 데이터를 구축, 배관 상태를 진단할 수 있다.
◇극한지 자율주행 기술개발 박차
KIRO는 2008년 공공기관용 안내로봇 '포프'와 '포포'를 잇달아 내놓으며 다양한 환경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기술을 축적했고, 그 결과 스마트휠체어 로봇을 개발했다. 스마트휠체어는 실내외 다양한 구간에서 자연스러운 주행이 가능한 유연자율주행기술을 탑재했다. 노인복지관 등 공공시설에 장기간 실증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실외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스마트콘크리트 폴리싱 로봇도 2014년에 개발했다. 자기위치 인식, 작업경로 생성을 통해 콘크리트 타설 후 거친 표면을 자동으로 연마할 수 있는 로봇이다.
실외 무인경비로봇 프로젝트는 2017년 개발에 착수, 지난해 12월 마무리됐다. 멀티모달센서 모듈을 기반으로 다양한 기상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운용이 가능한 전천후 자율주행기술을 개발, 그동안 국내 산업단지 및 실증센터에서 5대에 대한 적용 테스트를 마쳤다. KIRO는 이 기술을 기반으로 지난해 남극 극한지 환경에서 탐사작업이 가능한 '극한지 자율주행 프로젝트 다부처사업'에도 참여했다. 현재 영하 50도에서 영상 10도 범위에서 눈보라를 극복하고, 목적지 탐사를 하기 위한 극한지 환경에 강한 자율주행기술개발이 진행 중이다. 내년에는 남극 장보고기지 인근에서 실증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최근에는 과기정통부 혁신도전 프로젝트 시범사업으로 KIST, 포스텍과 함께 UVC살균기반 비접촉 방역작업과 소독액으로 직접 표면을 닦는 접촉식 방역작업이 가능한 자율방역 로봇시스템을 개발했다. 올해는 2단계 실증 및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재난안전 로봇기술 개발 도전
최근 발생한 아파트 붕괴사고와 같은 재난상황에서 현장 대원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다양한 로봇 및 기술도 확보했다. 대형공장과 물류창고 등 산업시설에서 복합재난상황 발생 시 화재진압과 인명구조 지원 업무를 수행할 장갑형 로봇은 오는 6월께 개발 완료한다. 총 4인이 탑승할 수 있고 방수포를 탑재해 소화전과 연결, 화재진압이 가능하다. 복합재난 발생 시 낙하물로 인한 부상 위험을 방지해주고 외부 유해 가스의 실내진입을 막으며 산소를 공급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화재초기 진압후 인명수색작업 중 재발화 상황 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내충격 로봇팔을 탑재해 진입이나 대피 시 장애물을 제거할 수 있다. 그외 국민안전로봇프로젝트 주관기관으로서 장갑형 로봇을 비롯한 정찰로봇의 통합관제제어시스템을 개발, 재난 현장에서 최소 인력으로 다수 로봇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재난 상황에서 협소 공간을 탐색할 수 있는 뱀형로봇도 개발 중이다. 이 로봇은 비평탄 지형을 주행하며, 붕괴 잔여물 사이 협소 공간에 진입해 다양한 센서로 생존자 위치를 파악하고, 생존가능시간(골든타임)을 연장해주는 기능들을 보유하고 있다. 로봇 머리부는 3지 6자유도 그리퍼를 탑재해 경량 장애물을 제거할 수 있으며, 4채널 카메라, 열화상, 가스센서, 마이크, IMU 등 각종 센서를 통합한 모듈을 장착했다. 로봇 꼬리부는 물과 약물, 영양액 등 3가지 종류 액체를 공급할 수 있는 응급구호 모듈을 실어 생존자의 생존시간을 연장해준다. 향후 2~3년 안에 상용화 가능할 전망이다.
또 유럽 13개국 22개 기관과 'EU 허라이즌 2020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KIRO는 프로그램 일환으로 화재 시 인명 및 화점 탐지업무를 도와주는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헬멧을 개발하고 있다. 이 헬멧은 지난해 10월 스웨덴에서 열린 SST(Small Scale Test)에서 성능을 인정받았다.
◇인구감소와 고령화 대비한 농업용 로봇기술
KIRO는 지난 2020년 10월 경북 안동에 연구동, 실험동 및 테스트베드를 갖춘 농업로봇실증센터를 개소했다. 농업분야 가장 대표적인 연구성과는 밭농업지능형로봇이다. 작업 시나리오에 따라 로터리, 휴립피복, 정식, 방제, 운반의 작업모듈을 교체해 밭농업 전주기에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현재 1차 연구개발을 완료했고, 자율작업이 가능하도록 후속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 외 주로 고령자들이 종사하고 있는 농업현장에서의 근골격계 질환 감소를 위한 농업용 웨어러블 수트, 농약에 과다 노출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과수를 인식해 변량 살포하는 방제로봇기술,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조류, 두더지 등으로부터 농가 피해를 줄일 수 있는 AI 알고리즘을 적용한 유해동물퇴치기술도 개발했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