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ESG 공시는 기업 경쟁력

인류는 지금 '지속 가능성'이라는 중대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기후위기, 생태위기, 심각한 부의 불평등과 각종 차별 등은 이 시대가 해결해야 할 위기의 얼굴들이다. 전 세계는 공멸을 피하기 위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토대로 한 탈탄소, 포용사회로의 대전환을 진행하고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는 이 전환의 문을 여는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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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

유럽연합(EU)을 필두로 각국은 ESG를 뉴노멀로 빠르게 수용하고 이와 관련한 법, 제도, 정책적인 인프라 구축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ESG와 관련해 활동해 온 다양한 국제적인 기관들도 경쟁과 협력 속에서 ESG 질서를 만들어 가고 있다.

ESG 인프라 가운데 정보공시는 핵심 중 핵심이다. 투자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 'ESG 정보'를 연결고리로 투자하고 관여하고 소통하기 때문이다. 이는 EU 등 각국이 ESG 정보공개 의무화에 속도를 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ESG 공시제도와 관련해 지난해 11월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이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를 설립하고 국제적으로 단일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업 가치를 위한 투자자 중심, 기후문제 우선, 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와 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SASB) 등 현존하는 기존 프레임워크를 활용해 ESG 공시기준을 제정한다는 전략적인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올해 2분기에 초안을 내놓고 하반기에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국제증권관리위원회(IOSCO), 세계경제포럼(WEF), 금융안정위원회(FSB), G20 등 국제기구들이 ISSB를 공식적으로 지지 선언하고 있어 향후 ESG 공시 기준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나라 금융당국도 ISSB가 마련할 'ESG 공시기준'이 국제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회계기준원도 올해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를 설립해 ISSB 기준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흐름은 예상보다 ESG 정보공시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월 ESG 공시의무화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고, 12월에는 61개 ESG 이행과 평가의 핵심·공통사항을 마련한 K-ESG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올해는 업종별·기업 규모별 가이드라인도 만들 계획이다.

ISSB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이 올해 발표되면 우리나라의 ESG 지표를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개선하는 동시에 2030년 전 코스피 상장사에 적용한다는 정부의 ESG 공시의무 로드맵도 앞당길 필요가 있다. 또 금융위, 환경부 등 부처마다 추진되고 있는 ESG 정보공시의 통합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 기업도 ISSB 기준 제정 등 국제적인 ESG 공시 동향과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 지배구조, 전략, 리스크 관리, 지표와 목표라는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산업 특성을 고려한 ESG 공시를 투자자 관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 단기, 중기, 장기간에 걸쳐 기업 가치를 창출하거나 훼손할 수 있는 지속 가능성과 관련한 중대한 이슈도 재평가해야 한다. 특히 공시하는 과정에서 '그린워싱' 'ESG워싱'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

ESG가 모든 경영에 내재화되지 않으면 ESG 공시는 사실 사상누각이다. 기업은 우선 ESG 경영체계를 이사회 중심으로 구축하고 이사회에서 핵심 ESG 이슈를 주기적으로 관리하게 하는 등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해관계자 등 시장참여자들과 소통의 밀도를 기존보다 더욱 높여야 한다. ESG 정보는 다양한 부서에 산재되어 있다. 이 때문에 ESG 공시를 위해서는 전사적인 참여가 이뤄지도록 교육은 물론 시스템과 프로세스도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ESG 공시가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 argos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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