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잔류하는 文참모들

“저는 문재인 대통령과 끝까지 함께하고 싶습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참모 대다수가 이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청와대에 있는 사람도, 지금은 떠난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보스'를 향한 충성심이 과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정치권에 오래 몸담은 여야 주요 인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조금은 이해됐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문 대통령 품성만큼은 모두 인정했다. 야권의 한 인사는 “능력은 몰라도 의원 시절부터 점잖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고 했다. 여권 인사는 “사람을 한번 믿으면 미련할 정도로 그 사람을 신뢰한다”고 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뒤에서 딴소리하는, 뒤통수치는 정치인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들으니 청와대 참모들이 한 말이 괜한 소리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청와대를 떠난 한 참모는 “문 대통령만 허락하신다면 퇴임 후에도 곁에서 모시고 싶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등용한 많은 고위 관료 중 개인적 친분이 있던 사람은 많지 않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3일 6·1 지방선거 공직자 사퇴기한이 도래했다. 출마가 예상됐던 부총리·장관 등 국무위원과 청와대 참모진 등 주요 고위 관료는 모두 문 대통령 곁에 남았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확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경제·안보 위기 속에서 2개월 남은 문재인 정부와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임기 말 문 대통령 지지율이 40% 이상 고공행진하면서 나타난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이들 결정이 '인사치레'만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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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국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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