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FI, IPO 협조하라" 반박
풋옵션(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 행사를 두고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갈등을 빚고 있는 재무적 투자자(FI) 어피너티컨소시엄이 3년 만에 국제 중재를 재차 신청했다.
컨소시엄은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 의무 이행을 구하는 중재를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에 지난달 28일 신청했다고 2일 공개했다.
2019년 ICC 중재에 이어 두 번째 신청이다. 1차 중재는 지난해 9월 ICC는 풋옵션 자체는 유효하지만 신 회장이 FI가 제시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할 필요는 없다고 판결했다.
컨소시엄이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어피너티는 이번 2차 중재 신청을 통해 계약상 합의된 절차에 따라 풋옵션 가격을 산정하기 위해 신 회장에게 자신의 평가기관을 선정해 교보생명의 공정시장가격(FMV)에 관한 평가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후속 절차에 따라 산출되는 최종 공정시장가격을 풋옵션 가격으로 신 회장에게 지급을 청구할 방침이다.
신 회장의 계약 위반과 의무 이행의 부당한 지연으로 입은 손해 등에 대해서도 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
컨소시엄은 “ICC 중재에 이어 (컨소시엄 관계자와 회계법인 회계사가 기소된 형사재판) 국내 법원에서도 신 회장에게 풋옵션 의무가 있다고 명확히 판단했는데 신 회장은 그 이행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며 “이행을 강제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2차 중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컨소시엄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으로 구성됐다.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54억원에 인수하면서 교보생명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컨소시엄은 신 회장과 2015년까지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으면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IPO가 실현되지 않자 3년 후인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했고 안진회계법인에 풋옵션 행사가격을 산정을 위한 가치평가 업무를 의뢰했다. 안진은 상대가치법을 적용해 교보생명 주식이 주당 약 40만9912원 가치가 있다고 결론내렸다.
신 회장은 이 가격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며 풋옵션 절차 이행을 거부했고, 2019년 ICC 중재 신청, 2020년 4월 교보생명의 검찰 고발 등 공방이 이어졌다.
교보생명이 부당 공모 혐의로 고발한 컨소시엄 관계자와 안진 회계사는 지난달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교보생명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공정시장가치를 확인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IPO”라며 “현재 IPO 절차가 진행중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2차 중재를 통해 이를 막으려는 행위야말로 공정시장가치 산출을 막기 위한 행위”라고 반박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