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건설업계 사망자 수는 절반이 감소했지만 제조업은 오히려 상승했다. 자동차부품 제조공장 끼임사고, 노후 산업단지 폭발사고, 레미콘 제조업체 채석장 붕괴사고 등 발생빈도가 높은 업종과 특정 기업 사고가 반복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한 달 동안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50인·50억원 이상)에서 35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해 총 42명이 사망했다고 27일 밝혔다. 작년 동기 52건보다 32.7% 감소했고 사망자도 52명에서 19.2%가 줄었다.
건설업계는 올해 1월 1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인 1월 26일까지 현대산업개발(HDC)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 등으로 사망자가 전년 동기 대비 81.2% 증가했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한 달 동안 건설업계 사망자는 작년 30명에서 올해 15명으로 50% 감소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사망사고 건수가 작년 동기보다 32.7% 감소하고, 사망자도 약 20% 감소했다”면서 “짦은 기간 수치로 아직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후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사고 빈도가 높았던 업종이나 특정 기업에서 여전히 중대재해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전체적으로는 중대재해 사망자가 감소했지만 제조업에서는 오히려 작년 14명에서 올해 18명으로 38.4% 증가했다.
지난달 양주 채석장 붕괴사고로 사망자가 3명 발생하며 중대재해처벌법 1호 수사를 받게 된 레미콘 제조업체 삼표산업은 작년 6월과 9월에 사고로 근로자 두 명이 목숨을 잃었던 사업장이다. 지난 11일 전남 여수국가산단 여천NCC 3공장에서는 열교환기 기밀시험 도중 폭발사고로 노동자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50여년 전 조성된 여수산단은 최근 5년간 사고로 15명이 목숨을 잃어 사고 예방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노후 산단이다. 지난 16일 인천 남동인더스파크(옛 남동공단) 자동차부품 제조공장에서 작업자가 기계에 몸이 끼이는 사고가 발생,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사 상태에 빠져 지난 23일 숨졌다. 인천 남동인더스파크 역시 조성된 지 20년이 넘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에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자 경영계는 처벌이 아닌 예방 중심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대재해에 대해 경영책임자를 과잉 처벌하는 것만이 근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기업인들이 산업안전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지만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의무 규정이 모호하다”면서 “시행 과정에서 경영자에게 명백한 고의 과실이 없는 한 과잉수사, 과잉처벌이 이뤄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