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4년 중임·총리 국회추천제 등 제안
송영길 대표"방향 같다면 추가·보완 가능"
정의당·새로운물결 등 참여 의사 밝히면
국민의힘 고립…2주 남은 대선판 큰 변화
야권 단일화가 이태규 국민의당 선대위총괄본부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폭로전으로 치달은 가운데 여권이 정치통합 연대론을 꺼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24일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당제 연합정치 보장' '총리 국회추천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을 담은 정치개혁안을 발표했다. 송 대표는 “국민통합 정부, 다당제 국민통합 국회, 분권과 협력의 민주적 권력 구조 등 시대적 요구를 담아 '국민통합 정치개혁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한 송 대표의 정치개혁안은 사실상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향한 연대 제안으로 해석되고 있다. '다당제 연합정치' '총리 국회추천제' 등은 그동안 안 후보가 강조해 온 정치개혁안이기도 했다. 특히, 23일 단일화 물밑 협상 과정을 두고 이태규 본부장과 이준석 대표가 폭로전으로 맞붙으며 단일화가 최종 무산 쪽으로 기우는 시점에서, 민주당이 안 후보가 강조해 온 정치개혁안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민주당의 정치개혁안에는 국무총리 국회 추천,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결선 투표제, 연동형 비례대표제·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송 대표는 개혁안을 발표하며 “'집권당의 독주' '야당의 발목잡기' '소수정당의 한계' 등의 악순환을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안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 대한 단일화 제안을 철회했을 당시 언급했던 바랑 같다.
송 대표 역시 이번 개혁안이 안 후보를 겨냥한 것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회견을 마친 후 기자들의 질문에 “안 후보의 반응을 봐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방향만 같다면 구체적인 방법은 추가하고 보완해도 좋다. 다수 정당, 여러 후보가 함께 토론하며 지혜를 모은다면 분명 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다른 야당들의 동참도 당부했다.
정치권에서는 한 때 야권에 호재로 작용했던 단일화 이슈가 이제는 악재가 됐다는 평가다. 대선기간 내내 핑퐁싸움만 계속하면서 윤 후보와 안 후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사이 갈등만 커졌다는 설명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24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더이상 단일화는 이뤄지기 어렵지 않겠나 생각한다. 단일화는 이미 끝난 상태라고 본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날 민주당의 제안은 여권의 가장 큰 대선 위헙 변수였던 '단일화'를 '다당제 연합정치'로 전환해 자당에 유리한 이슈로 바꾸고 동시에 국민의힘은 고립시키기 위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2019년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4+1 협의체를 연상시킨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은 협의체를 구성해 선거법 개정 패스트트랙을 위해 국민의힘을 고립시킨 바 있다.
민주당의 다당제 연합정치 제안에 국민의당, 정의당, 새로운물결 등도 동참의사를 밝힌다면, 앞으로 2주 남짓 남은 대선 판도는 이재명, 심상정, 안철수 연대와 윤석열의 3대 1 구도로 흐를수도 있다.
안 후보는 윤 후보의 단일화에 최종 결렬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민주당 제안에도 시큰둥한 반응을 내비쳤다.
안 후보는 이날 국민의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를 마친 후 단일화 관련 “지금 시간은 다 지났다. 그래서 제가 결렬 선언했다”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민주당 다당제 연합정치에 대해서도 “그렇게 소신이 있으면 그렇게 실행하면 되지 않나”라고 답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