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과학향기]먹는 코로나 치료제 도입 1개월,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신종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하루 5만명을 웃도는 가운데 방역 당국이 급속한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방역 방침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점 중 하나는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를 도입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작년 12월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긴급 사용 승인을 거쳐, 올 1월 14일부터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에서 개발한 '팍스로비드'를 환자들에게 투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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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 (출처: rarrarorro/ Shutterstock)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 환자에게 국내 제약사 셀트리온에서 개발한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를 주로 처방해왔다. 하지만 렉키로나는 냉장 보관 후 정맥 주사로 투약해야 하는 탓에 입원치료자에 한정해 사용됐다. 상대적으로 오미크론 변이에 취약하다는 단점도 있었다. 이와 달리 먹는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는 생활치료센터나 재택치료자가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다. 이 약은 오미크론 변이에도 타 변이와 동등하게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달부터 팍스로비드 투약 대상에 해당하는 경증 및 무증상 확진자는 외래진료 방문 없이 병원 의료진 처방을 거쳐, 지정 약국에서 약을 배송받고 있다. 의료진과 화상 진료를 통해 주의사항과 5일간의 복용법도 안내받는다.

◇팍스로비드, 코로나19 바이러스 증식에 필수적인 프로테아제 억제

팍스로비드는 어떻게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의 선두주자가 되었을까. 그 계기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출현했던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화이자 연구진은 감염자 인체 내에서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약물을 만들고자 했다. 성공할 경우 이 약은 감염 증상을 완화해 환자가 중증으로 진행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바이러스 전염성 또한 약화시킬 수 있었다. 노력 끝에 연구진은 바이러스 복제의 핵심 요소인 '프로테아제(단백질분해효소)'를 표적으로 삼아 몇 가지 후보 물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임상시험 도중 사스 유행이 예상보다 빠르게 잦아들어 개발한 물질을 실제로 활용하지는 못했다.

그 후 코로나19가 발발하자 화이자 연구진은 과거에 개발했던 물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이전에 발굴했던 물질의 분자를 수정해 코로나19에 특이적인 프로테아제를 억제하는 약물 '니르마트렐비르'를 개발했다. 현재 처방되는 팍스로비드는 니르마트렐비르를 주성분으로 하며, 이와 동시에 보조 성분인 '리토나비르'를 투약하는 형태다. 리토나비르는 니르마트렐비르 분해를 억제해 약물의 지속 시간을 늘려준다. 즉, 약을 더욱 효과적으로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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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의 프로테아제(3CL pro)에 결합된 니르마트렐비르(가운데 회색 물질)의 X선 결정 구조. (출처: 위키미디어)

팍스로비드가 효과적인 데에는 바이러스의 프로테아제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도 일조한다. 일반적으로 프로테아제는 진화적으로 '잘 보존된' 분자로 알려져 있다. 세대를 거듭해 바이러스의 새로운 변이가 발생하더라도,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물질 중 프로테아제만큼은 분자 구성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오미크론 변이를 넘어 또 다른 변이가 나타나도 팍스로비드 효능이 유지될 가능성은 높다. 이 추측은 최근 이루어진 시험관 실험을 통해 뒷받침되고 있다.

◇팍스로비드의 효과는 긍정적, 처방 대상 제한은 한계

팍스로비드 효과는 꽤 긍정적이다. 먼저 코로나19 환자 2250명을 대상으로 한 화이자 자체 임상시험에 따르면, 증상 발현 후 3일 이내에 경증 환자에게 팍스로비드 투약 시 입원 및 사망 확률이 8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이자 측은 전체 임상 참여자 중 병원 치료를 받은 환자가 1% 미만이었으며 30일간의 임상 기간 중 사망자는 없다고 보고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팍스로비드를 사용한 이스라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 의료 관리기구 조사 결과 약을 복용한 850명 중 92%가 사흘 뒤 증상이 호전됐고 60%는 첫날부터 상태가 좋아졌다고 발표했다.

현재(2월 7일 조치 기준) 국내에서는 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소아 및 50대 이상 성인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이 약을 처방하고 있다. 면역저하자, 요양병원 입원 환자, 심혈관 및 만성폐질환, 암 수술 경력 환자 등 기저 질환자가 여기에 속한다. 그중에서도 증상이 나타난 지 5일 이내인 초기 경증 환자가 주요 대상이다. 다만, 스타틴 계열 고지혈증 치료제를 비롯해 일부 협심증 치료제, 진통제, 부정맥 치료제, 항정신병제 등 보건복지부가 고지한 '팍스로비드와 함께 복용할 수 없는 성분'이 들어 있는 약을 먹고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 기존 복용 약물의 종류와 환자 상태에 따라 의사가 처방을 조정할 수도 있지만, 기존 약물 복용을 중단하더라도 중단 직후 곧바로 팍스로비드를 투약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국내에서의 팍스로비드 처방 진입 장벽은 예상치보다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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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로비드는 스타틴 계열 고지혈증 치료제를 비롯해 일부 협심증 치료제, 진통제, 부정맥 치료제, 항정신병제 등과 함께 투약할 수 없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출처: Shutterstock)

일부 전문가들은 팍스로비드가 불러올 실질적 효과에 회의적 입장이다. 화이자에서 진행한 임상시험 규모가 2000여명 정도로 비교적 작았던 데 비해, 실제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약을 복용하면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약 시점이 증상 시작 후 5일 이내라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일반적으로 환자들은 증상을 처음 감지한 후 5, 6일 차에야 병원을 찾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환자가 코로나19 검사 후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는 이미 투약 시점이 지난 후라는 뜻이다. 게다가 하루 이틀 사이 환자 증상이 중증으로 진행되는 경우라면, 경증에 효과를 보이는 경구 치료제는 진작에 쓸모없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내 일각에서는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 예방적 차원에서 팍스로비드를 처방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치료제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이 제안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다른 해법으로, 우리 정부는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신속항원검사 결과만으로 투약을 가능하게 하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라게브리오, 오파가닙, 피라맥스 등 다른 경구용 치료제도 개발

현재 우리나라가 확보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에는 팍스로비드(7만명 분) 외에도 미국 머크앤드컴퍼니(MSD)의 '라게브리오'(20만명 분)가 있다. '몰누피라비르'를 주성분으로 하는 라게브리오는 바이러스 복제과정에서 필요한 정상적인 뉴클레오사이드 대신 그 유사체를 삽입해 바이러스 사멸을 유도하는 치료제다. 니르마트렐비르의 실마리가 사스 유행 때 처음 발견되었던 것처럼, 흥미롭게도 이 약의 효능 역시 과거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현재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는 이미 라게브리오의 긴급 사용을 제한적으로 승인했다. 하지만 후속 임상시험에서 당초 보고된 결과보다 20% 낮은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 식약처에서는 긴급 사용 승인을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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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D의 라게브리오는 임상시험 최종 발표에서 효과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아직 한국에서는 승인되지 않았다. (출처: Quality Stock Arts/Shutterstock)

이밖에 미국 바이오기업 '레드힐 바이오파마'에서는 '오파가닙'이라는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2월 7일, 레드힐 바이오파마는 코로나19로 입원한 중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 2·3상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오파가닙을 투여한 그룹의 사망률은 6.98%, 대조군 사망률은 23.4%였고, 중증 환자 회복 시간도 34%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제약회사에서도 코로나19 신약 개발에 뛰어들어 임상시험 중에 있다. 최근 신풍제약에서는 '피라맥스'의 임상 3상 시험 계획을 영국의약품규제청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구 치료제라는 새로운 변수가 더해진 후 앞으로 코로나19 대유행은 어떻게 흘러갈까. 백신과 치료제 활약으로 과연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안정적으로 공존할 수 있을까. 감염병 사태 3년 차에 접어든 지금, 세계는 더디면서도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

글: 정유희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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