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약 5조원을 투입해 추진 중인 '교육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이 공회전하고 있다는 현지 언론 지적이 나왔다. 일선 교사와 학생이 정부 지원의 ICT 기기를 외면하면서 '현실을 모르는 정책'으로 전락하고 있다.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문부과학성이 지난 2019년에 발표한 'GIGA(Global and Innovation Gateway for All) 스쿨' 정책이 교육 현장에서 헛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일본 초·중학교가 국어 수업에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비율은 14%로 나타났다. 매일 또는 거의 매일 컴퓨터로 숙제하는 비율은 3%에 불과했다.
문부성은 글로벌 시대를 맞아 ICT를 활용한 새로운 교육 체제로 전환한다는 GIGA 스쿨 정책을 수립했다. 전국 초·중학생 대상으로 1인당 PC나 태블릿PC 1대를 공급하는 게 핵심이다. 기기 보급과 ICT 지원인력 파견 등에 총 4800억엔(약 4조9818억원)을 투입한다.
닛케이는 정부 의도와 달리 현재 교육 현장에서 국가 지원으로 받은 기기를 반납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업은 물론 일반사무까지 산적한 교사로서는 'GIGA 스쿨'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목소리를 전했다. 특히 자유로운 인터넷 검색을 허용하면 수업에 필요한 시간이 늘면서 교육 효율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학생 간 '인터넷 왕따' 문제로도 번질 수 있다.
이 같은 교육 ICT 보급의 부진은 코로나19 이후 각국에 확산한 비대면 수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레노버 재팬이 조사한 '코로나19 전후 아시아·태평양 주요국 비대면 수업 비율'에 따르면 일본은 2021년 51%를 기록했다. 상위권인 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이 70% 이상인 것을 고려하면 저조하다.
닛케이는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교육위원회, 학교의 이해관계가 통일되지 않은 것이 이 같은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봤다. 예산은 문부성 소관이지만 경제산업성이 핵심 정책인 1인 1대 IT 기기 보급 목표를 제시하면서 관계부처 간 온도 차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닛케이는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정하고 정책을 재가동하지 않으면 대규모 세금 낭비는 물론 교육 기회도 빼앗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